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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구조 이야기 - 과학 원리로 재밌게 풀어 본
미셸 프로보스트.다비드 아타 지음, 필리프 드 케메테르 그림, 김수진 옮김, 허재혁 감수 / 그린북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집에서 생활한다. 흙집, 초가집, 아파트 뿐 아니라 움집, 이글루, 동굴과 같은 주거 공간과 건축은 긴밀하게 연결된다. 다리를 건너 출근하기도 하고, 수로를 만들어 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건축은 인간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모르고 살아도 살 수 있다. 내가 그랬다. 건축 문외한이었지만, 얼마 전부터 필요에 의해 집을 짓고 있다. 이제야 관심을 조금씩 갖고 건축을 살펴보는 중이다.
시대에 따라 건축 형태가 달라지는데, 건축 행위가 있다는 것은 변함없다. 이것을 펼쳐놓고 보면, 시대에 따라 변천하는 건축 공법이 드러난다. 서양건축사 중에 로마건축을 보면 로마문명에 대한 이해를 더 깊이 할 수 있다. 건축사를 공부하는 건 역사와 문명을 동시에 접하는 만남이다.
이 책은 과학 원리로 풀어보고 있다.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글을 풀어서 쉽게 접근하려고 한다. ‘작용 반작용’, ‘평형유지 기반’ 등 과학 원리이면서 건축의 토대가 되는 개념들을 잘 정리해준다.
옛날에 지어진 건물을 보면 아치가 많다. 왜 만들었을까? 멋? 알고 보니 쉬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건축 기술이기 때문이었다. 다리는 강한 하중을 견뎌야 한다. 통나무는 길이와 유연성에 제약이 많다. 반면 돌은 원하는 모양으로 구성할 수 있다. 홍예석(아치를 받드는 돌)을 조립하면 아치 모양에 의해 압축되고, 자체 무게로 서로 고정된다.
오늘날은 철근 콘크리트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아치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게 문명의 발달일가? 강한 재료를 찾았다는 점에서는 발달일 수도 있지만, 처리가 어렵다는 점, 또 치밀한 계산법과 짜임새의 상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퇴보는 아닐까?
2차원 평면 공간의 아치를 3차원 입체 공간으로 돌리면 돔이 된다. 로마 판테온 신전의 구형 천장 돔은 참 멋있다. 43.3m의 높이인데 20층에 가까운 높이다. 어떻게 건축했을까? 놀라운 기술이다. 그런데 그 돔은 125년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2000년이 되도록 유지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다.
철근 콘크리트 건물은 몇 백 년 가는가? 시간을 좀 더 펼쳐보니 기술의 진보/퇴보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프랑스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은 1272년에 지어졌는데, 성가대석 아치 높이가 48.5m다. 미켈란젤로의 그림으로 유명한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은 1506년에 지어졌다. 돔의 높이가 무려 137m나 된다고 한다. 천지창조의 그림이 거기에 그려져 있는 걸가? 어쨌든 놀랍고 엄청난 일이다.
아치형으로 집을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원리를 잘 몰랐었다. 그래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안전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 책을 보며 어느 방향에서 힘이 주어지는지 알게 되었고, 아치 공법, 돔 형식으로 지어진 다양한 건축물 이야기와 그림을 보며 약간 갈피를 잡게 됐다. 유명한 건축물을 다시 보게 하고, 현재는 없어진 건축물, 우리에게 낯선 건축물들도 많이 소개해주어 유익했다.
하지만 3힌지 아치 등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결코 쉬운 내용의 책이 아니다. 도리어 어렵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 다시 읽기도 했다. 청소년보다 건축학과 대학생들이 볼만할 것 같다.
저자는 벨기에에서 지내는 듯 하며 서양 건축물을 주로 다뤘다. 우리나라 건축물과 비교해보면 참 대조적이다. 신에 대한 이해 차이 때문일까? 크고 웅장한 건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맛이 상당히 다르다. 동서양의 건축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옥 및 우리 전통 건축의 과학적 원리를 알아보는 책도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