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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
이상현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1월
평점 :
인터넷의 발달로 많은 변화가 생겼는데, 요즘은 특히 스마트폰으로 인해 또 달라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 검색이 가능하다. 지하철 타보면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점차 새로운 소통 방식이 등장하고, 그에 따라 문화가 변해간다.
스마트폰이 우리를 길들이는 것이다.
건축이 사람을 길들인다? 음, 기분 나쁜가?
나쁘든 말든 건축이 사람을 길들인다는 건 사실이다.
‘부부유별’이라는 사회적 이념이 있다면, 그에 따라 건물이 지어지고,
그렇게 완성된 건축물은 우리를 길들인다. 길들였다.
스마트폰이 급속한 변화를 주도한다면, 건축은 은밀하게 바꾸는 것을 대표한다.
건물은 고정적으로 오랜 기간 세워져 있기에, 크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저자의 말대로 ‘백화점 명품관’을 떠올려보자.
아무나 들어갈 수 없게 만들어진다.
물질적 부에 따라 인간을 따지는 자본주의의 사회적 이념이 반영되는 것이다.
건축은 사회적 이념을 구현하고, 유지하며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건축을 어떻게 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길들여질 수도 있지만, 저항하고 길들임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길들여지지 않으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길도 건축에 있다.
책의 1부는 건축이 우리를 어떻게 길들여왔는지를 살핀다.
2부에서는 건축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점을 말한다. 길들여지지 않음으로 말이다.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고 넘나들며 글이 진행된다.
전통 건축물과 현대 건축물을 비교하기도 하고, 각각의 특성을 밝히기도 한다.
공간적으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의 사례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한옥의 특징들을 ‘길들이기’라는 관점으로 설명하는 점이 좋았다.
나는 농촌에 살며, 나름의 건축을 시도하고 있다.
주로 저렴하면서도 자연에 무리를 덜 주는 건축을 지향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현대의 도시 건축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시골에 와서 집 안에 있는 화장실을 없앴다. 집 밖에 뒷간을 만들었다.
똥 오줌을 모아 퇴비로 이용한다.
처음엔 불편했다. 요즘 같이 영하 20도로 내려갈 때는 정말이지 피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진다. 길들여진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새로운 문화가 시작됐다.
똥 오줌은 더 이상 더럽고 불필요한 배설물이 아니다.
땅을 살리는 소중한 자원이자 순환하는 삶의 상징이 되었다.
깨끗한 게 무엇인지, 아름다운 게 무엇인지 재고하게 된다.
저자가 말한대로 기존의 사회적 이념에 도전하기도 하는 것이다.
참 책 잘 쓰였다. 중간중간 사진도 많아 이해도 잘 되고, 글도 명료하다.
책 읽는 내내 흥미를 느끼며 또 감탄했다. ‘인문 건축 책이 이런 것이구나’ 하며..
건축을 인문학적으로 조명하여 우리에게 통찰을 던져주고,
건축이라고 하는 삶의 필수 요소에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 일깨워준다.
묵직한 책을 접하게 되어 참 독서가 즐거웠다. 이런 책들이 더 많이 발굴되길 바란다.
흙건축에 관심 있는 나는 작년에 효형출판에서 나온 <건축, 흙에 매혹되다>를 반갑게 만났다.
그래서 알게 된 출판사인데, 이러한 인문 건축 분야의 책을 알차게 잘 만드는 것 같다.
여기저기서 듣기만 많이 한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서현 저)도 언제 한 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