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닮은 집, 삶을 담은 집 - 현실을 담고 ‘사는 맛’을 돋워주는 19개의 집 건축 이야기
김미리.박세미.채민기 지음 / 더숲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강원도 홍천으로 터전을 옮긴지 이제 2년 됐다. 생산과 농(農)의 가치를 되찾고자 왔다.

농생활을 위해서는 농사(식)가 중요하다. 하지만 집없이 살 수 없다. 집(주)도 중요하다.

 

여럿이 귀촌하니 필요한 건물이 많다. 학교도 함께 하기에 서당, 생활관 등 앞으로도 지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하게 기다리고 있다.

 

건축학을 전혀 배우지 않았고, 건축에 대해서도 전혀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삶의 변화와 필요에 따라 건축을 업으로 삼게 되었다.

나도 놀랍고, 주변 사람들도 다 놀라워한다.

 

작년에 4평 짜리 한옥 별채, 25평 방5칸 샤워실3칸 짜리 흙집을 시공했고,

지금은 7평 짜리 원형 흙부대집을 짓고 있다.

 

시공하며 여러 실수들을 겪었다. 자잘한 부분들은 다음을 기약하면 될 일이지만, 건축 설계, 구조 등 큰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집은 한 번 지으면 적어도 몇 십 년을 사니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짓는지 궁금해졌다. 잘 배우고 싶어졌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고, 보는 만큼 는다는 말도 들었다.

다양한 건축물을 자주 접해야 할텐데, 현장에 몸이 매여 있으니 언감생심이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 반가웠다. 비록 사진이지만 그래도 좋다.

멀리 있는 곳은 방문하기도 어렵기에 더 그렇다.

 

건축가들의 이야기가 엮어져 있다.

흙건축 공부하러 갔을 때 만난 건축가(이재하)의 건축물도 있었는데, 느낌이 새로웠다. 흙집이나 대안적인 건축물 못지 않게 현대적인 건축물에도 남다른 식견을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본 사람도 있었고(승효상), 다른 책으로 접한 사람도 있었다(임형남 노은주 ‘작은집 큰생각’)

 

컨테이너로 지은 집, 패시브 하우스 이야기, 대지에 맞춰 오각형으로 지은 집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건축물을 보게 되어 공부가 되었다. 조금이나마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기자들이라는 제3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새로웠다.

구체적인 도움이 되기보다 어딘가에 잘 축적되다가 언젠가 툭 하고 튀어나오지 않을까 싶다.

 

훗날 전원주택에 살 것을 염두하며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

‘건축비를 얼마나 예상하는가, 평당 책정한 예산이 얼마인가’이다.

여기 나오는 집들은 대부분 평당 500~700만원 정도든다.

대지 구입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30평이면 1억5천 ~ 2억이 건축비로 들어간다.

 

나는 흙집을 지으며, 손수 공사하며 평당 단가를 200만원 이하로, 거의 100만원에 해결한다. 물론 내 품삯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액수가 나오는 것이지만, 여하튼 어느 정도의 돈을 건축에 들일 수 있는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 이 책을 통해 좋은 건축가를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재능있는 건축가가 소신껏 역량을 발휘하려면, 건축주도 그만큼 이해하고 따라주어야 한다. 아무리 의미있게 지어 놓아도 사는 사람, 건축주와 따로 논다면 그 집은 아름다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나처럼 건축물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싶은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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