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못된 남자 - 고성국의 대선리뷰
고성국 지음 / 정은문고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정치평론가 ‘고성국'을 아는가? 언제부터인가 들리는 이름이다. 오래되진 않았다. 그러더니 이제는 거의 안 빠지고 그의 정치이야기가 나온다. 자세한 소개를 보니 활동범위가 보수, 중도, 진보를 넘나든다. 조선일보, 한국일보, 주간경향에 매주 글을 쓴다는데, 그렇게 골고루 글을 쓰는 평론가가 또 누가 있을까 싶다.

 

언론사에서 글을 실어준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다. 이쪽저쪽에서도 다 들어줄만한 평론을 내놓는다는 반증이다. 내가 보기에도 넓게 아우르면서도 예리하게 평가하는 것 같다. 1989년부터 꾸준히 활동해왔는데, 내가 못 알아본 것 같다. 어쨌든 최근 주목받는 평론가 중 한 명임은 분명하다.

(책 뒷면 박찬종 변호사의 추천사도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말한다. 한편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추천사를 쓴 것을 봐도 폭이 넓다는 게 느껴진다)

 

[고성국의 대선리뷰 - 대통령이 못된 남자]를 읽으면서 고성국 평론의 뿌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어제가 있기에 오늘이 있다는 말처럼 오늘은 갑자기 뚝 떨어진 게 아니다. 어제에서 이어진 거다. 지난 정치역사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오늘의 정치흐름을 읽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지난 50년 동안 치룬 대통령 선거의 패자들을 모아 그들의 행보를 살피면서 글을 풀어간다. 선거에서 당선된 사람, 대통령을 주로 기억하고 패자들은 잊기 마련이다. 하지만 승자 뿐 아니라 패자도 함께 기억해야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 승자들의 드라마틱한 삶 못지 않게 패자들의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다. 각 인물들에 얽힌 사연을 보다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될 정도다.

 

평론가라 하면 중립적인 말만 할 거라 생각한다. 나도 책을 읽기 전에는 그렇게 글을 쓴 줄 알았다. 하지만 평가를 하며 평론가의 입장이 드러나는데, 직간접적으로 의견이 많이 들어간다. MB 정부에 대한 평가도 생각보다 구체적이다.

 

사실 당연한 부분이다.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입맛만 맞추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된 평론가라 할 수 있겠나 싶다. 이 책을 통해 여러 인물들의 뒷 이야기를 알게 된 재미도 있었지만, 정치평론에 대해 잘 알게 된 게 더 큰 소득이다. 특히 앞으로는 고성국 평론가의 말이 더 쏙쏙 들릴 것이다. (이미 나랑 입장이 비슷한 부분이 있기에 이 책을 선택하여 읽은 것이리라.)

 

이 책을 분류하라면 ‘한국 현대 정치 인물사’로 꼽고 싶다. 정주영, 문국현과 같은 기업가 출신들의 한계를 말하는 부분도 수긍됐고, 조봉암과 진보정당의 흐름을 설명해준 부분도 좋았다. 심상정과 노회찬이 비슷한 결을 갖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아니었다. 천정배, 고승덕, 원희룡을 평가하는 점이 새로웠고, 그들이 어떤 걸음을 걸어갈지 더 살펴보게 될 것 같다. 하지만 별로 기대하진 않는다.

 

한국의 정치만 다루지 않는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했던 칠레의 아옌데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아옌데가 걸었던 길과 네루다와 연합 등은 어떻게 정치를 해야 하는지, 얼마나 서로를 신뢰하며 자신을 비워야 하는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괜찮을 책이다. 역사를 돌아보되 인물 중심으로 살펴보니 흥미롭기도 하고, 사실 위에서 자세하게 이야기를 펼치니 이해도 잘 된다. 정치해설을 잘 해주는 사람을 만나 반가운 마음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떻게 비판적으로 수용할지는 여전히 우리의 숙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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