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한입
데이비드 에드먼즈 & 나이절 워버턴 지음, 석기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 '철학 한 입'이란 말을 들었을 땐 가벼운 철학서, 개론서 같은 느낌이었다. 목차와 내용을 살펴보니 하나의 주제를 한 철학자에게 집중적으로 묻고 답변을 들은 것이다. 팟캐스트 오디오 인터뷰로 20분 정도 진행된 것을 녹취하여 책으로 엮었다.

 

역시 내용이 아주 깊지는 않다. 하지만 충분한 맛보기가 된다. 한 입 이상이다. 저자의 질문이 구석구석을 찔러주기 때문에 더 그러하다.

 

특히 주제가 폭넓은 게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처음 접하는 분야가 많았다. 맨 처음 나오는 <웩>부터 <동물>, <과학적 실재론>이 낯설고도 흥미로웠다. <건축 미학>, <와인>, <신에 관한 비실재론>도 이번 기회에 접하게 되었다. 이게 아니면 또 언제 만나보겠나 싶다.

 

새로운 철학서다. 팟캐스트 오디오 방송이니 그럴 수 있었을 것 같다. 글이 아니라 말로 직접 인터뷰한 거라 대화의 생동감도 느껴진다. 방송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이해가 된다.

 

한편 새로운 철학자들을 만나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처음 들어보는 철학자들이다. 역자의 말을 보니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각 영역에서는 저명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들의 다양한 생각이 소개된 것만으로도 환영할 일이다.

 

아쉬운 건 책 뒷부분의 ‘더 읽으면 좋을 책들’이다. 원어로만 적혀 있다. 번역된 책이 적긴 하지만, 아니 그렇기에 더, 번역된 책을 소개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한 입 이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인데 말이다.

 

덤으로 한 가지 더. 이 책을 통해 (나와 소통도 가능한) 우리나라 철학자를 한 명 알게 되었다. 바로 역자다. 그의 노고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매끄럽게 만날 수 있었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이참에 소개받았다. 덕분에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라는 철학소설책을 구입했다. 한 입에서 두 입으로, 즐겁게 점차 넓어지는 것,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암튼 <철학 한 입>은 폭넓은 주제를 왠만하게 알고픈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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