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론을 읽어야 할 시간
이케가미 아키라 지음, 오세웅 옮김, 김공회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먼저 이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하고 다행이다. 오해가 풀렸을 뿐만 아니라 유용하고 유익한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결론부터 말한다.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이 책 꼭 읽어보길 바란다. 강력 추천! 정말 쉽고, 도움이 된다.

 

나는 ‘마르크스’와 <자본론>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철학을 비롯하여 인문사회과학 분야에는 관심이 꽤 있어서 책도 보고 강의도 들으러 다니지만, (이름과 책장만 들춰봤을 뿐) 마르크스와 자본론은 뒷전이었다. 왜 그랬을까? 왜 읽어볼 마음이 안 생겼을까?

 

이 책을 읽고 보니 오해였다. 내가 마르크스와 자본론을 잘 모른 채 오해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먼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왜곡시켜 놓았다. 불온서적이라 하여 읽지도 못하고, 소지할 수도 없었던 지난 날의 역사가 그 증거다.

 

우리 사회는 <자본론>의 내용과 상관없이 거리를 두게 만든다. 이게 큰 문제다. 내용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상한 책으로 만들어서 공부하는 사람도 이상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기에 우리 경제가 점점 더 천박해지고, 안타까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이 책을 보며 들었다.

 

<자본론>을 사회주의, 공산주의 책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자. 오히려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고 여기자. <자본론>을 읽으면 지금의 경제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사회주의가 싫다고 <자본론>을 읽지 않는 건 정말 애석한 일이다. 마르크스가 생각한 사회주의와 역사 속에서 구현된 사회주의는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르크스 주의자를 만들기 위한 책도 아니고, 그의 사상을 옹호하기만 하는 책도 아니다. 세상 분석을 하기에 도움이 되니까 마르크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145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오늘도 생생하게 들린다. 신자유주의의 허점도 잘 드러내준다. 사실 이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예견한 현상이다.

 

저자 이케가미 아키라가 마르크스의 어려운 말을 아주 쉽고, 오늘날 실정에 맞게 잘 풀어준다. 저자가 일본 사람이란 것. 이게 흥미로운 일이다. 2차 대전 당시 전쟁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있다. 마르크스를 공부한 사람들도 그 중 하나다. 2차 대전에서 패배한 후 그 사람들이 주목받기 시작하고, 일본 경제학의 주류가 된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의 애사심이 높았던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 가고, 마르크스 경제학은 소수가 되었다. 파견노동자 등 새로운 제도와 법이 생기고, 기존에 노동자를 보호하던 법들이 많이 없어졌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저자는 마르크스를 다시 읽자고 주장한 것이다. 몇 년 전 경제위기를 맞아 세계경제의 거품이 드러나면서 더 설득력을 얻게 됐다.

 

S 기업 공장에 가면 S 기업 회사원은 없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청업체, 파견노동자들이 와서 일하는 거다. 만약 공장에서 문제가 생기더라도 S 기업은 문제될 게 없다. 그건 하청업체와 파견노동자들의 문제다. S 기업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일은 시키니 참 편하다. 이게 요즘 돌아가는 경제 구조다.

 

노동자의 노동은 상품이다. 인간과 인간의 땀은 돈으로 환산된다. 상품을 만들고, 이윤을 창출하려다가 왜곡이 생긴다. 인간이 돈의 노예가 되는 거다. 돈이면 뭐든 할 수 있다보니 돈 때문에 웃기도, 울기도 하고 결국 이 신이 되었다. 이러한 세상 흐름, 경제 구조를 이해하기에 <자본론>의 통찰이 유용하고, 이 책의 풀이는 매끈하고 탁월하다.

 

사회주의는 분명 몰락했고, 더 이상 대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회주의에 영감을 던진 <자본론>이 계속 연구되는 게 의아했다. 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 자본주의의 수정이든 전복이든 자본주의의 결함을 메우려면 이 책을 보시라. 그 중요한 단초가 여기에 묻혀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도 자본론을 읽어야 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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