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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 몸과 마음, 언어와 신체, 건강과 치유에 대한 한 회의주의자의 추적기
팀 파크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백년후 / 2012년 6월
평점 :
4월의 어느날부터 왼손 세번째 손가락이 심하게 간지럽고, 피부가 벗겨졌다.
쓰레기와 오염을 줄이며, 생명을 살리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 건강한 집을 지향하다가 정작 내게 병이 생겼다.
멀리 서울까지 한의원을 찾아가기도 하고, 여러 민간요법도 총동원하여 치료를 하고 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간지러워서 새벽에 잠을 깬 날도 많다.
손가락을 필 수도 없는 불편함 속에서 손이 썩어가는 걸까, 잘라내는 게 나은 걸까 싶었던 적도 있다.
밖에서 사먹거나 방부제나 농약을 함유한 음식을 먹을 경우 간지러워지니까 음식 조절도 상당히 하고 있다.
손가락 하나로 인해 잠도 못 자고, 한달 월급을 한달 약값으로 다 들이고, 빵 반죽도 못하고, 씻기도 불편하고...
겨우 손가락 하나로 인해 참 많은 일들을 겪고 있다.
이런 내 몸 상태라서 눈길이 간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관심 갖고 있는 철학자, 강신주 선생의 추천글도 있어 기대됐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저자가 병을 마주하면서 느낀 생각들, 겪은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내용은 말랑말랑한 일기가 아니다. 끊임없는 질문과 의심, 치열한 탐색과 성찰이 담긴 투행문이다. (투쟁+기행)
저자의 몸이 아프지 않았다면, 혹은 좀 쉽게 금방 나았다면 이런 통찰은 불가능했을 거다.
질병을 드러난 결과로만 보는 현대 의학의 한계와 허구성을 자연스레 파헤치게 된다.
몸이 낫지 않는 걸 어떡하랴!
아울러 몸에 생기는 변화에 민감해진다.
감정은 솔직하게 나누고, 질문은 무뎌지지 않는다.
저자가 실력있는 작가라 그럴까? 소설+에세이를 동시에 접한 것 같다.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가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스스로가 관념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몸이 아파서 삶의 변화가 요청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한결 나은 자세로 병, 몸, 마음을 대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뭐든 조금은 견딜만하고 또 새로워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