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강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평점 :
우리나라는 뿌리 깊은 사대성이 있다. 비단 일제 시대 영향만이 아니다. 그 전부터 오래 됐다. 어찌보면 신라 때부터다. 고구려에 대항하기 위해 당나라와 손을 잡았다. 그러면서 우리 국토가 줄어들었지.
고려시대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도 그렇다. 신채호 선생은 '묘청의 난'을 가장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사건이라 부르는데, 이를 진압한 게 김부식이다. 조선시대 역시 그러한 흐름이었다.
조선시대까지는 중국에 사대적이었다면, 일제 시대 때는 일제에 사대적인 사람들-친일파가 있었고, 그 후로는 미국과 소련에 그러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흘러오고 있는 정신(?)이다.
오늘날 시위를 할 때, 미국 국기를 들고 나오지 않나. 이게 무슨 짓인지. (심지어는 이스라엘 국기도 가져오더만. 이건 뭐 말 다 한 거다.)
우리나라 사람들에 대해 과도하게 칭찬하고 몰입하는 걸 '국뽕'이라고 한다. 이는 상당히 진보한 생각이다. 우리 것을 상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거다. 다만 무조건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폄하할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서설이 길었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이 책은 말이 (별로) 필요없다. 사진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 그냥 보면 된다. 이 땅에 살았던 이들이 무얼 보고 무얼 만들고 살았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는 글로 결코 담길 수 없다. 그렇기에 사진으로 담아낸 이 책의 가치가 상당하다.
재미있는 건 저자의 약력이다. 23살에 미국으로 이민간다. 거기서 대학을 비롯하여 직장 생활도 한다. 밖에 있으면 더 안이 잘 보일 수 있다. 북한도 방문하고, 민주화 현장에 대한 사진집도 냈다. 그러다가 요즘은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한다고 한다.
영어로도 칼럼을 연재할 정도인 사람이,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려고 사진찍고 강연한다고? 그만큼 밖에서 지내보니, 우리 문화와 특징이 어떠한지 더 관심이 가는 거다. 계속 이 땅에만 있으면, 여기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마치 공기를 당연하게 느끼는 것처럼. 외부에 나가보니, 우리 문화가 새삼스레 다가왔나보다.
고인돌, 첨성대 처럼 잘 알려진 것을 비롯하여 제례에 대한 사진도 남겼다. 특히 한국의 고유함으로 토종개, 한글, 온돌, 김치 등을 언급하는데 문화에 대한 감각이 넓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영어로도 병기되었다. 출판할 때부터 외국 출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럴만하다. 또 그래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이 다른 곳에도 알려지길 바란다.
한편, 후속편이 나오길 바란다. 왜? 이 책은 결코 '대한민국'만의 문화유산이 아니다. '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소위 북한)도 공유하는 문화다. 나중에 북과 더 왕래할 수 있을 때, 북쪽에 있는 문화유산도 사진에 담길 바란다.
아,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싸우쓰 코리아'만이 아니라 '노쓰 코리아'가 합쳐진 '유나이티드 코리아' 문화유산 책이 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