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 -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온 명리학자 김태규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사람, 인생, 운명 이야기
김태규 지음 / 더메이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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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헤드는 "삶의 기술을 증진시키는 것"이 이성의 기능이라 말한다. 삶의 기술이란 사는 것, 잘 사는 것, 더 잘 사는 것을 말한다. 도태되어 서서히 죽어갈 것인가, 모험을 통해 약동하며 새로운 삶을 살 것인가. 물론 모험하다가 자칫 실패로 급속히 사라질 수도 있다.


화이트헤드의 통찰은 서구 사상이지만, 서구스럽지 않다.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라고 여길 정도로 그의 안목은 넓고 길다. 그런 면에서 유기체 사상, 동양 사상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그 점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많이 느꼈다.


저자는 금융 일을 하며, 명리학 연구를 했다. 사실 이것도 잘 안 어울린다. 금융이라는 건 자본주의 중에서도 첨단 아닌가. 그런 이가 동양 사상의 오랜 전통인 명리학을 공부한다니.. 말 그대로 동서고금이 어우러지는 순간이다.


책에 종종 그림도 나오는데 저자의 작품이다. 이 역시 느낌이 남 다르다. 1955년 생이기에 저자는 환갑을 넘어 고희를 바라보고 있다. 글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아마 삶의 가장 원숙한 시기일 수도 있다. 점점 더 체력과 총기는 줄어들 수 있으나 그 직전에 그동안의 성과를 잘 버무려 내는 시기라는 느낌이다.


젊은 시기의 패기와 한계를 담담하게 잘 설명해준다.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나누며, 그들이 찾고 방황하는 것을 통해 삶의 진리를 한 조각씩 느꼈다. 자신의 경험, 그리고 다른 관계 가운데의 만남을 바탕으로 풀어낸 이 책은 가벼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책이다. (추천사에 무심한 듯 따뜻한 글과 그림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도 공감이 된다)


책에서 많은 위로를 얻은 부분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공자를 도와준 사람 중에 '거백옥'이란 위인이 있단다. 그 사람이 한 말이, "나이 50이 되고 보니 지난 49년이 헛됨을 알았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 말은 결코 늦은 때가 없다는 말이다. 마지막에서도 기회가 주어진다.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도. 그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느냐, 좀 더 맑고 밝게 깨어있고자 한다면 지금 오늘의 삶을 붙잡아야 한다. '송백은 겨울이 되어서야 그 청청함을 안다'는데, 아직 우리에게 그때가 드러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언제 드러나든, 우리는 우리의 몫을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은은하게 우리에게 힘을 준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알찬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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