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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 대한 탐구 깨어있음 - 틱낫한과 에크하르트, 마음챙김으로 여는 일상의 구원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박문성 옮김 / 불광출판사 / 2021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참 소중하고 귀한 책이다. 틱낫한과 에크하르트라는 두 거장을 함께 다루는 책인데, 카톨릭 신부가 쓰고 번역하고, 불교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 두 종교의 이야기를, 두 종교에 관련된 이들이 책을 함께 만들어냈다.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책 제목인 <깨어 있음>은 사실, 두 종교의 핵심 가르침이다. 소위 마음챙김, 알아차림으로 알려지는 명상은 한마디로 깨어 있으라는 말이다. 또 예수의 가르침도 ‘깨어 있으라’는 말이 반복된다. 두 종교의 핵심 가르침이자 공통점이 바로 깨어 있다는 거다. 종교 간 대화라고 할 때, 바로 이 주제야 말로 주요 접점이 된다.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되었다. 저자 브라이언 피어스 신부는 틱낫한 스님과 함께 수련했다. 그와의 교류 가운데 이 책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동안 쉽게 출간되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아직 우리나라에 이러한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뜻 번역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누가 읽을 것인가?
아무래도 신부가 그리스도교 입장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에, 불교도들이 읽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내가 보기엔 그렇다. 그런데도 불광 출판사에서 이걸 낸 건 참 대단하고, 격려받을만 하다. 많이들 읽으면 좋겠다. 그리스도교에서도, 불교에서도, 종교성에 관심 있는 이들도.
카톨릭(천주교)은 많이 읽을지 모르겠는데, 개신교(기독교)쪽에서는 글쎄다 싶다. 뭐 어차피 그쪽은 마태오복음서, 성사 등 카톨릭적 용어보다도, 틱낫한을 언급하고, 불교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거를’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견 없이, 제대로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으리라 기대한다.
저자는 종교 간 대화의 초심자라고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초심자일 수밖에 없고, 초심자가 해야할 일을 충실히 잘 해낸 거다. 어찌 두 종교에 대한 전문가가 되겠는가. 불이不二라는 말처럼, 둘이 아니다라는 개념으로 접점을 밝히는 게 몫 아니겠는가. 각 종교의 가르침을 깨어 있음이라는 주제로 잘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그것은 결국 평정심과 관대함으로 이어진다. 이게 바로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사랑이자,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 아닌가. 사랑과 자비는 다름 아니다. 깨어 있음이라는 말은 결국 평정심과 관대함, 사랑과 자비로 드러난다. 이 아름다운 조화를 잘 밝혀주는 책, 종교적 틀을 넘어 깊은 영성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참 귀한 책이 출간되었다. 반갑고 기쁘다. 이런 책 읽는 게 삶의 기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