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공자유주의 - 우리를 병들게 하는 낙인
김동춘 지음 / 필요한책 / 2021년 11월
평점 :
오늘 우리에게, '반공'이라는 말은 어색할 수 있다. 아니 때가 어느 때인데 반공이야 싶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반공은 우리와 가깝게 붙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름이 '자유'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반공 사고에서 자유롭지 못 하다. 그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도 그 한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 말의 힘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빨갱이라 부르는 말이 이제는 좀 약해진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를 저격할 때에도 지금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국가보안법'은 아직 건재하다. 사회가 변한 듯 싶지만, 그것은 표층이고, 심층의 영역에서는 굳게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분석한 게 이 책의 미덕이고, 저자의 연구 성과다. 저자 김동춘 교수는 한국사회를 역사적, 사회적으로 깊고 끈질기게 바라본다. 특히 분단과 전쟁을 중요하게 바라본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날 우리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가 조금 더 진보하기 위해서,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연구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자유는 모든 이의 자유가 아니다. 기업가의 마음대로 해고할 자유다. 그래? 근데 그게 반공과는 어떻게 연관되는 건가? 반공을 외친 이들은 누구인가? 결국 많은 이들이 세뇌 당했지만, 결국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서 남용된 거다. 친일 했던 이들,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축적했던 이들, 사람들을 속이고 권력으로 군림했던 이들, 이들이 반공이란 개념을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챙겼다.
이게 극복된다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가 끝에서 밝히고 있는데, 새로운 정치지형이 출현해야 하고(기존의 기득권 양당 정치 체제가 아니라), 교육에서부터 서로를 존중하고, 역사의식을 깊게 함양해야 한다. 와 이게 될 일인가? 글쎄, 되고 말고보다도 가야할 길이라면 우직하게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책은 얇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시대를 잘 반영해주는 표어, 현수막, 사진들이 여럿 있다. 때로는 사진 한 장이 모든 걸 설명해주기도 한다. 아쉬운 건 분량에 비해 값이 비싸고, 오타가 많다. 급하게 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더 많이, 한국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럴 때에야 우리가 반공자유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에서 살게 될테니까. 반갑고 의미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