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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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관한 연구를 어느 분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우선 뇌과학이란 말이 붙으면 '과학'에 설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게 꼭 자연과학의 분야일까? 인간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몸/신체' 영역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인간이 관계를 맺으며 드러나는 양상을 다루게 되니까 '사람/관계'로 분류하는 건 어떨까. 그런데 뇌는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생명체를 다룬다. 그럼 다시 '생명체/자연'의 영역으로 넣어야 할까?


총체적이다. 어느 범주에 넣어도 주목하는 관점에 따라 다 이해될 수 있다. 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 왔다. 머리를 다치면 안 된다는 것도 여러 의미에서 우리에겐 깊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첨단기술이 발전할 수록 뇌에 대한 연구도 엄청나게 발달했다. 의학과 과학의 결합, 거기에 심리학/사회학적인 통찰이 맞물리게 되며 '뇌과학'이라 불릴만한 범주가 새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 정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연구 분야다.


저자의 경력을 보더라도, 심리학 및 신경과학 연구자이고, '법-뇌-행동센터'의 과학책임자다. 저서로는 감정과 마음, 의식에 대한 것들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마음먹고 일반인 대상으로 저술한 글이다. 저명한 뇌과학자가 쓴 '뇌과학 입문서'가 새롭게 출간된 거다. 요즘은 뇌과학에 대한 책들이 꽤나 많은데, 이 책은 그 와중에서도 저자의 이력 때문에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악기를 잘 배우려 할 때 2가지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정말 잘 가르치는 사람이다. 자기가 잘 하는 것과 가르치는 걸 잘 하는 건 별개다. 가르치는 것, 전달을 잘 하는 이들에게 배우는 것도 분명 좋은 방법이다.


다른 한 가지는 정말 그 분야의 고수에게 배우는 거다.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이들에게 직접 배우는 거다. 이럴 때는 그 기운, 아우라에 의해 전달되는 것도 꽤 있을 거다. 통달한 자에게서 전해지는 깊이.   

 

요즘은 전자에 해당하는 뇌과학 책들이 참 많이 나왔다 지식소매상, 지식유통업자들에 의해 잘 정리된 책들이다. 그러한 책도 입문하기에 좋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후자다. 뇌과학에 대해 그 흐름을 꿰뚫고 있는 이가 풍성하게 설명한다.


거기서 바로 저자의 역량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인문학적 소양이 탄탄하다. 어쩔 수 없이 전문적인 용어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설명을 정말 잘 해준다. 오해할 수 있는 점들도 잘 짚어준다. 왜 대가에게 배우는 게 좋을지는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에겐 즐거움과 유익이다. 이런 책이 나왔다는 그 자체가.


책 제목은 7 1/2이라고 하지만 감수자 정재승 선생은 아홉 번의 강의라는데, 8번의 강의가 160쪽인데 부록이 50쪽이다. 정말 우아한 책이다. 고상한 교양을 위해, 상식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읽게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역자도 주목된다. 심리학자가 번역했다. 뒤에 친절하게 메일 주소도 적혀있는데, 함께 공부를 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 듯 하다. 역자의 책을 찾아보련다. 번역도 상당히 잘 했다. 원문이 좋았든 뭐든 암튼 잘 읽힌다. 좋은 역자이자 작가를 알게 된 것 같아 더 반가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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