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답게 나답게
안셀름 그륀.안드레아 라슨 지음, 안미라 옮김 / 챕터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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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현존하는 유명한 수도사가 안셀름 그륀이다. 2014년에 70세 노인이자 삼촌인 그륀과 37세의 세 아이 엄마이자 조카인 라슨이 만나 이야기 나누고, 그걸 책으로 엮었다. 


둘은 여러모로 대조적이다. 노인과 장년, 남자와 여자, 비혼과 기혼 등. 둘다 독일 출생인데 라슨은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 이런 점이 책에서도 많이 부각된다. 어쩌면 삼촌이기에 라슨이 그륀에게 더 쉽게 물어볼 수 있던 것 같다.  


그륀의 답변과 이야기를 듣다보면 (조카가 아니었어도) 친절하고 사려 깊게 답해주는 게 잘 느껴진다. 사실 좀 거슬리는 부분도 있다. 조카가 말을 많이 하는데, 과하다고 생각되거나 별로 공감되지 않는 점들이 있다. 그런 점을 그륀은 너그럽게 받아준다. 그러면서도 가끔씩은 생각이 다르다면서 부드럽게 전달해주곤 한다. 

(약간의 문화적 차이가 있을 거다. 오늘날 한국에서 이런 대화는 어려울 거다. 그러한 특징을 감안하고 볼 수밖에 없다.)


하루를 살면서,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보다, 얼마나 충만하게 살았느냐로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평생 수도하며 지낸 연륜이 잘 느껴진다. 수도사라면 홀로,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 홀로이기도 하지만 수도원 공동체로서 관계적인 면도 있다는 점을 잘 말해준다.


성性에 대해서도 물어보는데, 그륀은 성을 금욕한다고만 보지 않는다. 성적인 에너지를 하느님을 향해 사용한다고 한다. 이 표현이 새롭고도 인상적이다. 그렇기에 책 읽는 내내 여유와 깊이가 느껴졌다.


카톨릭 배경이지만, 기독교는 물론이고, 타종교인들도 이 분의 이야기는 충분히 들을만하다. 영성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만족할 거다. 라슨은 일반적인 사람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수도사의 삶과 생각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고, 그 깊은 영성의 세계를 맛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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