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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시간 시간 속의 역사
고석규 지음 / 느낌이있는책 / 2021년 1월
평점 :
# 1.
시간은 인간이 '발명'한 것이다.
책 46쪽에 나오는 말인데, 나는 이 한 문장에 멈춰섰다. 한동안.
그렇다. 시간은 원래부터 있는 그 무엇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며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 시간은 개념으로 포착하고 있는 발명품이다.
이 발견이 얼마나 통쾌한지!
최근 몸이 안 좋아져서 '앓이'와 '죽음'에 대해 생각했었다.
죽음이 뭔가... 죽음이 왜 두렵나...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죽음이란 건 우리가 붙인 이름이다.
그 자체에다가 인간의 두려움을 엄청나게 덧붙였다.
온갖 상상을 하고, 피하려고 애쓰기도 하고, 덤덤하게 마주하기도 하고..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주제인데, 그건 우리가 만든 개념이었다.
죽음을 그렇게 깨닫고 무척 시원해졌는데, 시간도 그렇다니!
한 번 깨쳤기에 두 번째는 훨씬 쉽게 받아들여진다.
시간은 우리가 정해 놓은 것일뿐이다. 과거? 현재? 미래? 모두 임의로 정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
상대적일 뿐만 아니라 그건 개념 중 하나라는 점이 삶을 자유롭게 해준다.
# 2.
그런데 또 우리는 시간에 매인다.
시간은 나기도 하고 내기도 하며,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아끼기도 하고 낭비하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하고 되찾기도 한다.
시간과 어떻게 관계 맺느냐에 따라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우리가 그 노예가 되기도 한다.
서구가 근대 이래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데, 그 핵심 계기를 기계시계의 발명으로 본다.
증기기관보다도 시계가 인간의 삶과 문명에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밝힌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진보를 속도 증가로 규정한다. 빨리빨리하는 게 능력이고 진보다.
이게 또 돈과 연관되며 속도 경쟁이 엄청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기다림, 느림이 무시되고 평가 절하된다.
오늘날 우리 문명의 특징(장단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엄청난 산업기술의 발달로 인한 편의성, 그러나 각박해진 사회 문화 삶.
내게는 '자기의 시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각별히 기억남는다.
# 3.
저자는 역사학자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의 문제이기에, "시간이란 무엇인가?"로 이어진다.
시간은 공간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거리(공간)를 시간으로 재기도 한다. '1만 광년 떨어진 거리'
자연스레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질문을 갖고, 역사를 넘어 과학과 문명에 관심 보인다.
이 책에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있다.
시간에 대한 다양한 논의, 시간에 대한 역사/사회사들을 폭넓게 다룬다.
2부에는 조선 시대를 초점 맞추는데, 이는 저자의 전공분야이기에 그렇다.
저자는 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총장도 역임하고 지금은 명예교수다.
책을 읽다보면 꼼꼼함과 연륜, 인격이 느껴진다.
시간이란 주제 자체가 워낙 방대+분분한 분야다.
많은 책들을 읽고 알기 쉽게 잘 정리해놓았다.
처음 보는 출판사인데 편집도 마음에 들고, 사진 등도 군데군데 잘 넣어줬다.
시간은 우리 삶에 밀접한 연관이 있기에 단순한 교양이 아니다.
알차고 유용한, 쉬우면서도 묵직한, 사유와 관점을 깊고 넓게 해줄 책이기에
이 글을 보는 모든 이들에게 흔쾌히 권하는 책이다.
정갈하고 풍성하게 잘 차려진 밥상에서 한 끼 식사한 기분이다.
이런 책을 읽어서 행복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