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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저자는 종양내과 의사다. 그가 만나는 환자들은 대부분 4기 암 환자들이다. 환자들에게 완치가 아닌 생명 연장 목적으로 항암 치료를 하며, 조금 더 천천히 떠날 수 있도록 발버둥치는 역할이다.
자신을 밥벌이 의사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대학병원 의사'라고 했을 때 연상될 수 있는 거만함은 거의 없다. 책 곳곳에서 저자의 인품이 드러나는데, 이런 의사라면 진료받기에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쎄, 워낙 요즘 의사에 대한 마음이 별로여서 더 그랬을까?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의사라는 느낌을 충분히 받았다.
(의사 증원에 반대하여 집단적으로 국가시험 거부하고, 의료 인원 부족하니 시험 다시 보게 해준다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대해 이 분은 뭐라 하실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특히 요즘 몸이 아프면서 '죽음'에 대해 있는 그대로, 한층 가깝게 다가서려는 마음이 있다. 그런 기대치가 높은 채로 이 책을 골랐다. 도착한 책을 아내가 먼저 읽었는데, 생각보다 별로란다. 깊이가 없다나. 그러면서도 계속 읽으며 거의 다 읽긴 하더라.
휴 잘못 골랐나 싶은 마음으로, 기대이랑 싹 비워진 채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어라, 뭐야 이거 괜찮은데? 이게 뭐가 별로라는 거야? 아주 좋아서 혼자 읽기 아깝구만." 이렇게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아마 <죽음의 부정> 같은 묵직한 책을 원했던 걸까?
죽음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했냐 아니냐보다, 저자가 마주하는 죽음들을 생생하게 기록해두었다. 간병인도 아닌데 어떻게 의사가 바로 옆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을까 싶은 부분도 있다. 물론 의사니까 더 말을 들었을 수도 있고. 그래, 따지고보면 의사니까 더 잘 봐달라고 편지도 쓰고 그러지.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죽음이 있어서 삶은 공평하다. 그 죽음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앞서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죽어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삶의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잘 정리해놓았다.
그저 따분하게 기록만 한 게 아니다. 저자의 마음이 솔직하게 표현되는 상황이 많다. 그렇기에 독자로서도 더 공감되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아내가 왜 별로라고 하면서도 계속 책을 붙잡고 있었는지 이해가 된다.
이제 부모님도 연세가 꽤 드셨다. 이번 설에는 이후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 꺼내보려 한다. 결론까지 내지는 못할 거다. 우선 물꼬를 트고, 이 책을 전해드리고 올 계획이다. 부모님도 이 책을 보시면 어떻게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맞이할지 잘 생각해보실 수 있을 거다.
기대 안 해도 좋지만, 기대해도 상당히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