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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사랑
김현주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온라인 서점에 서평이 많이 올라와 있기에, 나는 조금 다른 각도로 접근한 글을 쓴다.
적나라한 표현이 있어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책이지만, 선정적인 책은 아니다.
섹스리스 부부들이 이 책을 보고 자극과 도움을 받길 바라며 쓴 책이다.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 나에게도 유익한 도움이 되었다.
사이가 더 좋아지고 싶은, 그럴 필요가 있는 부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 1. 진정한 자유란 어떤 것인가?
후반부에 나오는 대학 선배 희재와 윤주의 대화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희재는 자유분방하게 하고픈 말 다하고, 만남을 주저하지 않았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더라도 그런 시선을 개의치 않았다. 그게 자유로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관계 맺을 때 간혹 이전 경험이 떠오르곤 한다. 몸의 경험은 무의식에 남는다. 지난 일인데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불쑥 솟아오른다. 자유롭지 못하고 과거의 경험에 얽매는 거다. 아, 자유로운 행동이 오히려 자신을 속박하다니!
이 통찰은 정말 빛난다. 요즘 혼전 순결을 말하면 고리타분한 인간으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보수적이고 꽉 막힌 답답한 인간으로. 그러나 주인공 부부처럼 둘이서 충실하면, 속박될 게 없다. 속박되지 않으니 자유라고 느끼지도 못한다. 자유를 느끼려면 억압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아야 하니까. 주인공이 혼전 순결을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다다익선이라는 논리를 진정한 자유라는 개념으로 무너뜨리는 통쾌함을 맛봤다.
그렇다. 쾌락은 양보다 질이다. 진정한 쾌락은 말초적인 데서 오는 게 아니다. 그래서 흔히 '쾌락주의'로 알려진 에피쿠로스 학파가 아타락시아, 즉 평정심을 말하겠는가. 정신+마음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여기에는 절제(수련/수행/훈련)가 필요하고. 우리는 쾌락과 기쁨, 행복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 2.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관계가 절실하다!
또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부부들 간의 관계가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치관이나 형편 등이 맞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속마음을 털어 놓으면 더 친밀해지기보다 거리두고 멀리하게 된다는 점이다. 서로 좋다고 하여 함께 사는 부부, 사람 두 명도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은데, 부부들 네 명이 가까워진다는 건 오죽하겠나. 이 점을 주인공의 두 차례 경험을 통해 사려 깊은 통찰로 잘 설명한다. 인간 관계를 이해하는데 유익한 도움이 되었다.
사람은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수용받는 게 무척 중요하다. 부부 사이에서도 그렇고, 부모자녀 사이에서도 그렇다. 직장도 물론 마찬가지다. 돈과 명예, 권력이 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이 부분이 잘 안 되기에 오히려 더 돈, 명예, 권력에 매달린다. 존재 자체를 수용받는 안정감과 친밀감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를 읽어보길)
자녀 자랑, 연예인 이야기 등은 다 이러한 것이 결핍되고 공허하기 때문에 자꾸 하게 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술과 혼외 관계 맺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나 이러한 것들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이를 채울 수 있는 건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우선 가장 가깝고, 확실한 길은 부부에게 있다. 배우자와 속마음을 터놓는가? 손도 잡고, 다정한 눈빛으로 서로 바라보는가?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상대를 존중하며 마주하는 데서 시작된다.
부부 간의 관계가 좋아지고, 그 다음 자녀들과의 관계도 좋아지면, 이웃과 마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집만 괜찮아서는 세상 살아가기가 어렵다. 학교에서, 직장에서도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뜻 맞는 이들과 함께 아름다운 마을을 일구어가야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하나씩 차근히 이루어갈 일이다. 먼저 가정에서부터. 이 책은 그 가정에서 시작하는 비결 중 하나를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