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체의 아름다운 옆길 - 천경의 니체 읽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20년 9월
평점 :
# 1. ‘여기서 니체가 왜 나와?’
요즘 한창 주목해서 살펴보는 저자가 있다. ‘켄 윌버’라는 통합심리학 학자다. 이 사람에 대한 소개가 이렇다.
“21세기는 셋 중 한 명을 택해야 할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냐, 니체냐, 아니면 켄 윌버냐” - 잭 크리텐든(옥스포드대 정치학 박사)
나는 켄 윌버보다 ‘니체’에 눈이 갔다. ‘여기서 니체가 왜 나와?’ 니체가 그 정도로 대단한 의미가 있나 싶었다.
철학사를 공부하며 뒷심부족으로 니체는 제대로 못 봤다. 칸트와 헤겔에서 힘을 많이 빼고,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대강 훑어봤다. 붕 건너뛰고 푸코, 들뢰즈는 좀 봤다. 하지만 니체 없는 푸코, 니체 없는 들뢰즈가 말이 되는가? 내게 니체는 늘 숙제처럼 남아 있다. 하지만 이래저래 계기가 안 생겨서 손에 잡히지는 않았다.
사실 니체에 관한 책은 꽤 많다. 내가 좋아하는 고병권, 이진경 등이 써낸 책들도 있다. 책이 없어서 안 읽나, 안 땡겨서 안 읽지..
그러다가 이 책이 출간된 걸 알게 됐다. 이번에 읽어볼까? 이 책의 특이성은 뭔가? 저자는 대안연구공동체에서 활동하며 모임을 진행하고, 니체 관련하여 신문에 글을 냈다. 이 책은 그 모음이고.
우려가 좀 됐다. 니체의 책이 아닌 해석서, 입문서 등으로 읽는 게 괜찮을까? 결론내기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니체의 책을 언제 보겠는가. 당연히 읽고 싶지만, 원하는 책+읽어야 할 책을 다 읽으려면 천 년 만 년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철학 강의하며 살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이해만 하면 되겠다 싶고, 이 책의 대상이 나다 싶어서 선택했다.
(인문학 공부를 망설이는 분+니체를 알고 싶지만 엄두가 안나는 분+명량하게 웃고 싶은 분)
# 2. 재밌다. 글 잘 쓴다.
이 책은 일단 재밌고, 저자가 글을 잘 쓴다. 지루하지 않다. 하지만 콱 막힌 듯 넘어가지 않기도 하는데, 중간중간 인용문이 등장할 때다. 인용문만 읽는 건 정말이지 비추다. 차라리 원문으로 읽으면 좀 나을 것 같은데, 감이 잘 안 오고 동 떨어진 느낌이 난다. 말은 물론 맞는 말이지만..
니체의 다양한 작품을 짧게짧게라도 직접 접하고, 저자의 해석과 경험이 곁들여져서 좀 쉽게 접근하긴 했다. 특히 ‘웃음과 방구’를 말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옆에 있는 상사가 자꾸 방구를 뀌는데, 그에 대한 저자의 반응들. 정말 웃픈 이야기였는데, 니체가 웃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것과 연관시킨다. 그래, 웃자. 얼마나 산다고..
한편 니체의 저작을 보고도 내가 재밌어 할지, 통쾌함을 느낄지는 모르겠다. 기존의 철학에 대해서 잘 알아야, 니체 망치의 위력을 충분히 알 수 있을테니까.
# 3.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부모
이 부분을 읽고 많이 찔렸다. 이래서 니체 니체 하나 싶기도 했다. 니체의 망치질은 나를 무너뜨린다.
“인간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장 가까운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숙고하지 않고 그것을 단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부모의 습관적인 멍청함이 언젠가 그들의 자식들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때 그렇게 빗나간 판단을 하게 되는 원인일 것이다.”
“그들은 비천하게 생각하고 겉치레와 거짓을 따르는 아버지를 거역하고 자신들의 의향을 관철시켜야만 하거나 바이런 경처럼, 끊임없이 어린아이 같고 화내기 잘하는 어머니와 싸우며 살아가야만 한다. 그러한 것을 체험했다면, 사람들은 평생 동안 한 사람에게 가장 크고 가장 위험한 적이 과연 누구였던가를 알게 된 사실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오 주여, 부모된 이로써 매우 뜨끔한 말을 들었다. 내가 부모로써 아이에게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종종 드는데, 더 옷깃을 여미게 하는 말이다. 반대로, 사람답게 살면, 위버멘쉬로 살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겠다. (니체 아버지가 목사님이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