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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 아이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나를 두드리는 사유
이진민 지음 / 웨일북 / 2020년 7월
평점 :
책소개를 보고 상당히 기대한 책인데...
책머리글 보며 '이거 글맛은 있을지 몰라도, 내 취향은 아닌데' 싶었고,
본론을 보면서 내게 맞는 책이 아니라고 느꼈다. ㅠㅠ
이 책이 수준이 낮다거나, 글쓰기 실력이 별로라는 건 아니다.
상당히 재미 있게 쓴다.
오히려 내가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가치관의 차이라고 할까..
(각자 신념대로 살아가는 거고, 그게 좀 달라도 존중할 수 있다)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거슬리는 부분이 무척 많았다.
이에 반박하듯이 막 읽어내려 갔다.
극단의 위생문제를 언급하며 한 언니를 소개한다. (130쪽)
정말 좋은 재료로 만든 신선한 음식만 신경써서 먹고 자란 야무지고 고운 언니란다.
근데 길거리에서 떡볶이나 어묵 같은 걸 사먹으면 자주 탈이 나고,
1급수에서만 산다는 산천어처럼, 좋지 않은 식재료에 반응한다고 한다.
저자는 세균이 가득한 세상에서 적당히 더럽게 큰 아이가 건강하다고 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저자는 아마 나를 두고도 같은 말을 할 거다.
사실 나도 들어본 적 있는 말이다. 이것저것 막 먹을 수 있어야지 그렇게 '가려' 먹으면 되겠냐고..
저자 말대로,'좋지 않은 식재료' 먹고 거기에 반응하는 건, '건강'한 거다.
퓨어한 극단이라고 보기보다,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흡연자가 담배 연기를 맡으면서 '어, 난 아무렇지 않네' 하는 게 좋은 건가,
아니면 '숨 쉬기 어렵다'면서 피하는 게 좋을까?
저자도 엘레베이터에 담배들고 탄 사람이 있어 기함한 적 있다지 않는가.
어른이 아닌 아기 입장, 약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게
성숙하고 아름다운 거고, 그걸 잘 하자는 게 '철학'아닌가?
저자가 이런 '철학'하는 엄마가 되면 좋겠다.
저자는 '정치철학'을 공부하며, 세상 전반에 관한 정보들을 잘 파악하는 것 같다.
우리가 에어콘을 쓰는 만큼 북극곰이 괴로워한다는 것도 알고,
과학이 자본주의를 만나서 온 세상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사계절이 미처 날뛴다는 것,
반짝이는 네일을 한 과학이 우리를 할퀼 수 있다는 점도 잘 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눈에는 반짝이는 그 손톤이 예쁘고 찬란하니..
스마트폰 대신 벽돌 같은 시티폰을 원하지는 않으니..
이러한 '괴리'를 줄여가는 것이 '철학' 아닌가.
우리가 이런 '철학'하는 사람들 되길 바란다.
저자가 책머리에서 말한 것, 내가 무척 공감한 말을 옮겨 적는다.
"육아에 관한 서적은 넘쳐납니다. 그러나 육아의 방법과 기술은 획일적 일 수 없습니다. 부모와 아이 각각의 기질이나 성격, 삶의 방식에 따라 다르게 마련이고, 같은 아이라도 상황에 따라, 혹은 연령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니까요.
그러므로 부모가 가져야 할 것은 철학입니다.
유대인식, 프랑스식, 핀란드식 육아법에서도 우리가 쥐어야 할 것은 그 방법이나 기술이 아니라, 그 육아법 안에 들어있는 철학입니다. 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파악하며, 어떻게 대할 것인가, 부모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며, 어떤 사고와 규칙을 가진 존재여야 하는가. 그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는 우선 철학하는 엄마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나도 그렇게 믿습니다. 아멘!
한 마디 덧붙이면 철학하는 아빠들도!
육아는 엄마아빠가 함께 하는 거다.
엄마가 모유 수유하면, 그 외의 모든 것은 다 아빠가 해야 한다. 빨래, 청소, 밥상 등.
그래야 균형이 맞는다.
(집에서 아내와 단둘이서 아이를 맞이한, 산파 아빠로서 이렇게 본다.)
이 책의 가치는, '자기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비록 나와 가치관이 다른 점이 있어서 거슬리는 점이 있긴 하지만,
본인의 삶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글을 써나간다는 점에서,
그것도 치열하게 생명살림 해나가는 현장에서 쓴 글이기에 경의를 표한다.
이어서 낼 책들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