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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오류들 - 고장 난 뇌가 인간 본성에 관해 말해주는 것들
에릭 R.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그동안 뇌과학에 대한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잘 모르는 분야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조금 감을 잡게 되었다.
이 책은 마음을 다루지만, 기존에 마음을 다루는 책들과는 퍽 다르다.
심리학 서적이라기보다 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과학 서적이라고 봐야한다.
책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앞으로 뇌과학으로 인해 인간 이해의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철학과 인지심리학의 만남, 그리고 뇌과학인 신경과학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마음의 생물학이 등장하게 됐다.
정신분석과 신경과학의 만남, 사실 이런 통합적 연구가 필요하고, 당연하다.
자기 분야에만 갇히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 심리치료 분야에서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받았으면 좋겠다.
그저 마음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정신 영역이 뇌에서 분석되니 말이다.
책 추천사 중에 ‘문제는 네가 아니야. 너의 뇌야’라고 하며 뇌에 상당한 의미 부여를 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뇌의 잠재력에 대해 알게 된다.
기억에 대한 부분 뿐 아니라 우울증, 치매, 몸 움직임 등 많은 부분이 뇌와 연관되어 있다.
다른 말로, 뇌와 상관 없는 게 없다.
이 책을 보며 신기하고 의아했던 점은, 뇌를 알아가고 연구해가는 과정이다.
뇌 조직에 염색약을 넣어서 신경 조직 구조를 보게 된 점,
세포들을 파악하고, 뇌에서 작동을 잘 하지 않는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 것,
이 과정에서 CT, MRI 등 큰 공헌을 한 점 등.
한편 쥐, 토끼 등 동물 연구를 한다는 점에서는 좀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들에게 물질을 투여해서 어떤 질병이나 증상을 확인하고 살펴보는데...
자세히 설명은 안 하지만, ‘쥐의 뇌에 그걸 넣는다고?’, ‘실험용 쥐들의 운명은?’
평소 쥐를 좋아하지 않고, 집 주변에 제발 없기를 바라지만,
그래도 쥐를 그렇게 연구 실험용으로 쓴다는 데에는 좀 거부감이 있다.
특히 단지 쥐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그런 사고방식에서 인간 실험으로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쥐는 되고, 사람은 안 된다? 아닐 것이다.
쥐와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게서 더 실험해보고 싶을 거다.
히틀러나 일본에서 생체 실험했던 것들이 떠오른다.
어디선가 얼핏 '그때 그 실험들로 인해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아무튼, 이 점은 내가 책 읽으며 앞부분에서 부담스럽고 염려됐던 점이고,
그로 인해 정말 많은 변화들이 나타났다.
아마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뇌과학이 더 발달한다면,
사람의 뇌를 찍고, 그 사람에게 어디에 문제 있는지 발견하게 되는 게 보편화될 거다.
단지 뇌 충격받았을 때 뿐 아니라, 마음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놀라운 거다.
뇌 영상을 찍고, ‘우울할 수 있겠다’, ‘기억력이 낮겠다’, ‘언어 소통 능력이 떨어진다’ 등을 진단할 수 있는 거다.
마치 지금 종합검진 받는 것처럼, 뇌 촬영 검진을 받고, 그 뇌 사진을 보며, 정신 영역에 대한 진단도 하는 거다.
지금도 어느 정도 시도되고 있다. 참 놀랍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저자는 책 장 별 마지막에 ‘미래 전망’이란 꼭지를 달았다.
(책을 읽다가 그 꼭지가 나오면, 아 이제 끝났구나 싶었다.)
추천사의 말대로, 저자가 평생 연구한 것을 정리하고, 이후를 내다보는 방식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오류들을 실제 개선해보고 싶었는데,
이 책에서는 현황을 주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분야 관심자가 읽는다면, 역사와 인물까지도 많이 정리할 수 있을 거다.
단순히 심리학에 관심 많은 이가 읽는다면.. 약간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고.
2장부터 10장은 각론을 설명한다.
들어가는 글과 1장이 서론이자 총론이다.
50쪽도 안 되는 부분인데, 이 부분만 읽어도 저자가 깨닫고, 말하려는 바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뇌 과학의 발전에 따른 정신 영역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