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낼 것 없는 삶 숨길 것 없는 삶 - 환경운동가 김석봉의 지리산 산촌일기 공동체 살리는 시리즈 7
김석봉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가운 책이 나왔다.

저자 김석봉 님의 글을 처음 접한 건 인터넷, 네이버 블로그에서다.

‘산촌민박 꽃.별.길.새’ 라는 공간에 ‘산촌일기’를 꾸준히 올리셨다.

 

글솜씨가 상당했다. 검색하다가 방문하게 됐고 슬슬 살펴보는데,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공감도 되고, 재미도 있어서 하나둘 더 보게 됐다.

길이도 상당했다. 글의 짜임새가 있으면서 길이도 길다는 건 보통 실력이 아니다.

(나중에 알았다. 그가 오래 전부터 문인협회에서 시인으로 활동했다는 것을)

 

처음 봤을 때부터 책으로 출간될 것 같았고, 더 많은 이들이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책으로 묶여 나왔다.

 

그렇게 글을 좀 보고, 직접 지리산 산촌민박에 2박 3일 다녀왔다.

사실 지리산 자락에 가면서, 머물만한 적당한 곳을 찾았고, 그러다보면서 알게 된 곳이었다.

 

글에 자주 나오는 손녀, 서하도 직접 보고, 며느리와 아들이 운영하는 찻집에도 가봤다.

5월이었지만, 구들을 피울 정도로 일교차가 컸고, 고양이+강아지+닭+거위 등 수많은 생명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왔다.

 

자기 생활 공간을 내어주고 민박을 하고 계셨다.

민박은 돈벌이라기보다, 사람 만나고 서로 어울리는 그런 자리였다.

 

아, 그리고 여기 밥은 정말 맛있다.

요리연구자이신 정노숙 님의 손맛은 잊을 수 없다.

(경복궁 근처에 있는 ‘에코 밥상’를 이끄신 분이다)

 

김석봉 님과 밭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 점이 참 중요하다.

글에서 주 무대는 ‘밭’이다. 그 밭을 직접 봤기에 글이 더 새록새록 들어온다.

 

실제 만나면 대화를 충분히 나눌 수 있고, 많은 말씀을 해주시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서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과는 느낌이 퍽 다르다.

아무래도 만남에서는 약간 무뚝뚝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

가장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문익환 목사님과 만남, 교도관 시절 이야기였다.

이 책의 기획자처럼 처음에는 진부하고도 뻔한 ‘어떻게 환경 운동하시게 됐나’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진주 교도소로 옮겨오신 문익환 목사님을 만나게 되고, 그 분께 몰래 신문을 넣어주셨다.

마치 영화 ‘1987’의 유해진이 떠올랐다. 실제 그 역할을 하신 분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은 갑자기 되는 게 아니다.

생명감수성, 정의와 평등에 대한 감각, 위협에 굴하지 않는 담대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평범하면서도 남다른, 우직하고 뚝심 있게 지내신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만나고 오면서 보통 분이 아니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 정노숙 님도 마찬가지!)

 

이 책에 혹시 이런 이야기가 나오나 싶었는데, 그렇진 않다.

그저 소개로만 잠시 언급되고, 주로는 산촌일기다.

그렇지만 그런 삶을 살아온 인물의 이야기가 오롯이 실려 있다.

마을 분들과 어우러지며 사업도 해보고, 그러면서 어려움도 겪은 이야기도 담겨 있고,

농사 지으며 느끼는 일들 - 농산물을 많이 거두어도, 쉽게 나눌 수 없는 점, 나누면서 얻은 양말+치약+화장품 등의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주신다.

 

산촌일기는 수없이 많을 수 있지만, 이 글들은 깊은 맛이 있다. 진국이다.

 

조금 아쉬운 건, 사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동물들 사진도 좀 더 넣어주고, 밭에서 활동하는 사진도,

마을 어귀 사진도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한 번 읽어보시라. 또 한 번 가보시라.

농부+환경운동가+문인의 마음이 담긴 글과 삶을 만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