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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발견 -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윤철호 지음 / 두란노 / 2020년 3월
평점 :
# 1. 윤철호 교수님을 처음 알게 된 건 2003년이다.
내가 1학년 새내기일 때, 2학년 선배들이 윤 교수님의 수업을 필수로 들었다.
그런데 다들 좀 힘들어했다.
너무 진보적이라나, 자유주의적 어쩌고 저쩌고...
그래서 뭐가 그러냐고 물었더니 '예수님이 소금쟁이인가? 어떻게 물 위를 걷는다는 말인가?'
뭐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정말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선배들은 수업 듣기를 버거워했다.
한 해 지나,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땐, 다른 교수님이 수업을 맡았다.
인연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학교를 오래 다니면서도 마주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학교를 떠나고 나서, 과정신학에 대해 눈을 뜬 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분인 줄 알았다면, 훨씬 더 가깝게 만날 걸 그랬다면서..
이 분의 수업을 듣지는 못 했지만, 책은 좀 봤다.
<현대신학과 현대개혁신학>은 잘 정리된 책이었다.
그걸로 나의 관점을 잘 쌓고 넓힐 수 있었다.
특히 여성, 해방, 과정신학의 관점을 소개해준 점이 고마웠다.
# 2. 한편 <성서 신학 설교>라는 책도 읽은 적 있다.
바로 이 책처럼 그 책 역시 설교를 엮은 책이었다.
(<복음의 발견>은 윤 교수님이 지난 10년간 학교, 교회 등에서 설교한 것을 글로 묶어낸 책이다)
의외로 복음적이었다. 자유주의 어쩌고 했던 말들이 우스웠고, 상당히 신앙이 든든해지는 신학적 설교였다.
적어도, 신학교수라면 이 정도 사유와 설교를 해야한다고 느꼈다.
주변의 어설픈 소문에 휘둘릴 일도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랬던 기억들이 있기에,
이제 곧 정년을 앞두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오랜만에 교수님의 책을 다시 집어들게 되었다.
# 3. 교수님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와 성숙이 있으셨겠지만,
나 자신이 훨씬 더 큰 변화와 낯선 삶의 길을 걸어왔다.
신학교 교실에서 집짓는 현장으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또 제도권을 넘어, 제한 없이 통전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 책을 보며 느끼는 감정들은,
이러한 맥락 가운데서 조심스레 다시 돌아보게 된다.
# 4. 설교집이라는 걸 알았다면.. 이 책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건 내 정황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설교집을 잘 읽지 않기에..
하지만 두란노 출판사의 편집 능력은 매우 탁월하다.
말로 풀어냈던 설교를 가독성 높은 글로 잘 바꾸어낸다.
정말 대단히 편집을 잘 한다.
임영수 목사님의 책도, 누가보면 설교인 줄 잘 모를텐데,
이는 저자의 역량도 있지만, 편집 능력도 분명 한 몫한다.
읽기가 무척 편하다.
(임영수 목사님의 책 정도되면 설교집이라도 읽는다)
# 5. 아쉬운 점.
윤철호 교수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설교 예화가 아쉽다.
자기 삶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
유명한 책들에서 인용하는 게 많다.
주로 책을 읽고 영감을 얻는데, 이게 아쉽다.
자기 삶의 경험, 사건 가운데서 더 언급하면 좋을텐데...
자기 삶과 관념을 순환시키는 자세가 더 굳건하면 좋겠다.
학교다니며 '실천신학'이 얼마나 사변적인지 충분히 느꼈다.
윤 교수님도 실천이 열매라고 하는데, 그 열매가 더 풍성했으면 좋겠다.
# 6. 그럼에도 좋은 점.
불확실성 가운데 믿는다는 것, 누구나 마찬가지다.
근데 윤 교수님은 폭넓게 공부하신 분이다.
하이젠베르크와 코펜하겐 법칙도 인용이 된다.
즉, 과학 지식에 대해서도, 현대의 문제에 대해서도,
모르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고, 일정 부분 응답하고 있다.
어떤 말을 할 때, 어느 정도 근거와 고민의 깊이를 가졌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교수라 하더라도, 신학교/기독교 신앙 가운데서 편협하게 사유할 수 있다.
그런 이들이 무척 많다. 보수 뿐 아니라 진보도 마찬가지다.
이는 삶과 관념, 앎과 실천의 순환이 얼마나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와도 밀접히 연관된다.
적어도 이 책은, 윤 교수님은 이런 부분에서 애쓰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윤 교수님은 해석학 분야에 일가견이 있다.
실제 삶의 관계가 어떠한지 모르겠는데, 앞으로 이런 부분을 더 기대해본다.
<다원성과 모호성>, 이는 교수님이 번역한 책기도 하다.
다원성을, 모호성을 설교에 녹여낸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주요 관심사, 가치관을 반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온건한 개혁과정신학자의 설교를 접한다는 것,
이 자체가 신학계와 교회에 반가운 선물이다.
목회자도, 평신도도 모두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향후에는 현실사회를 반영한 글+말들이 더 엮어져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