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명창들의 숨겨진 이야기 큰 생각 작은 이야기 1
이경재 지음, 이경화 그림 / 아주좋은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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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전 인사동 나들이 길에 10대 후반의 어린 소녀가 춘향가 완창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내가 갔을 때는 거의 마지막 부분이었고 5시간 내리 노래한 후라 기진맥진 한채 고수를 하는 스승님의 응원으로 마지막 부분을 애쓰며 부르고 있었다. 스승님은 아마 거리공연을 기획하면서 어린 제자에게 용기와 경험을 배우게 하려고 한 것 같다.  어린 소녀의 창이 끝나자 모두들 박수로 격려했고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답례인사를 했다.

  

  판소리 명창의 첫번째 기록이 남아있는 권삼득은 '안동 권씨'라는 이름 있는 양반집의 아들이었다. 그 시대의 양반들은 유학을 공부하고 입신양명에 뜻을 두어야하건만 소리에 대한 그의 사랑은 죽음도 막지못했다.  집안 망신이라며 멍석말이를 하려는 순간 죽기 전에 소리나 한번 하고 죽게 해달라는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모두들 그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그의 소리에 반했고 죽음을 면하고 임금님한테가지 소문이 나서 삼득이라는 이름까지 하명 받게 된다. 그는 소리뿐만 아니라 재치와 지혜까지 있어 많은 사랑을 받게 되고 명창으로 기억된다. 죽어서도 소리를 전수하기 위해 무덤가에 소리 굴이 생겼다니 죽어서도 명창이 분명하다.

  판소리를 하기위해서는 그저 노래를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만물의 소리를 똑같이 따라할 수 있어야 한다. '귀곡성'의 명창 송흥록은 귀신소리를 배우기 위해 무덤에서 잠을 자며 귀신의 울음소리를 배웠다고 하니 그의 노력이 그를 '소리 왕' '가왕'으로 만들었다. 판소리를 정리하여 '판소리의 시조' 라고 불릴만큼 큰 업적을 이룩하였다.

  역사책과 국어책에 판소리하면 등장하는 신재효는 판소리의 아버지라 불린다. 신재효는 흉년에 백성들을 구제한 공로로 관직을 받았지만 중인으로서의 신분에서는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자신의 한과 아픔을 달래려고 소리를 하다가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판소리에 점점 매료되어 판소리에 빠져들게 된다.  소리꾼마다 각각 다르게 불려오는 판소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로 마음 먹고 당대의 여러 명창들과 판소리를 정리한다.

<동리정사>를 세워 소리꾼들이 소리를 연구하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소리꾼 혼자 하는 밋밋한 구성을 더 발전시켜 여러 소리꾼들이 함께 공연하는 창극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12마당이나 되었던 판소리를 유교사상에 맞게 정리한 다섯마당은 양반위주의 사고방식의 틀에 갖혀버리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에 신재효가 좀 더 다양한 시각과 사상을 가졌더라면 더 다양한 판소리를 듣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타령'의 대가 이날치, 우리 민요 '새타령'은 오늘날까지도 잘 전해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흥겹게 부르며 그의 소리를 좋아하고 있다.

  '농부가'의 명창 송만갑은 큰 소리꾼 집안에서 태어나 동편제 소리를 전수하게 된다. 다른 가문의 소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다양한 소리를 합하여 더 풍성한 소리를 만들고자 한다. 집안의 법통소리를 이어가지 못해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다른 가문의 소리를 받아들여 자신의 소리를 더욱더 힘 있게 만들어냈다.

  우리들에게 정말 익숙한 판소리인 춘향가의 한대목 '쑥대머리'의 명창 임방울은 레코드판으로 제작된 첫번째 명창이다. 처음에는 소리가 트이지 않아 쓰러질 정도로 연습에 매진한다. 쑥대머리 한구절 배우기 위해 헛간에서 3년동안 나오지 못하고 씻지도 못한 채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하여 명창으로 인정받게 된다.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일제는 판소리가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를 대며 공연을 할 수 없게 했지만 임방울 명창은 아랑곳하지 않고 '쑥대머리'를 부른다. 춘향이의 이야기가 일제의 핍박을 받는 우리나라의 현실처럼 느껴져 많은 사람들의 아픔 마음을 달래 주었다.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은 무당의 딸이었지만 신재효 선생님의 등용으로 판소리를 배우게 되고 판소리를 좋아하던 고종 앞에서 소리를 한 뒤 '국창'으로 임명되어 궁궐에서 생활하게 된다. 흥선대원군이 죽은 후 큰 소문 없이 조용히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역사적 위인이라고 한다면 정치적이나 학문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판소리 명창의 이야기가 참 신선하게 느껴져 단숨에 읽어다. 명창의 일대기에 그 시대의 시대상과 역사까지 함께 담겨 있어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라는 것이 몇몇 위인들이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져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들이 오늘날까지 명창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파나는 노력과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준 그들의 마음과 소리 때문일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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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 - 추억.시간.의미.철학이 담긴 21개의 특별한 삶과 공간
홍상만.주우미.박산하 지음 / 꿈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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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늘 바랬었다.  얼마 전 '작업실'이라는 이름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꿈 꾼 공간이 이런 것이었을까? 나 이외에는 찾는 이도 없거니와 어떤이의 방문도 그저 부담스러워하는 그런 공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선뜻 또 나서지지가 않는다. 

  
  그런데 여기, 오늘 하루의 매출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마음과 꿈, 물건을 나누고,  세상 사람들과 즐거움을 연대하고, 어울리고, 때로는 수익을 이웃과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시간과 공간 삶을  이어 주겠다는 사명을 지니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아름다운 고집이 있기에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한다.
  번잡한 거리에 자리잡지도 않았고 화려한 간판이나 떠들썩한 홍보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똑같은 코스를 무의미하게 돌다 오는 그런 여행이 싫어 진짜 참 여행을 위해 공정여행을 시작한 여행사, 무너져 내리는 논둑이 안타까워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흙을 나르고 쌓고 온다. 자신들의 여행길이 또 하나의 논을 허물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이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깐 쉬고 가는 공간에서 그들의 대접할 한 그릇의 간식을 온종일 손수 준비하는 까페의 주인의 이야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정장을 빌려주고 기증받는 정장 공유 서비스<열린 옷장>은  서울시청 홈피에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마음 따뜻한 생각을 했을까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여행사진 작가가 주인인 3평짜리 무인카페는 10여명만으로도 비좁은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애 첫 콘서트를 열게 되는 곳, 예술과 인문학이 공존하는 3평의 문화공간이 된다.
  어린들이 놀이의 주인공이 되어 자연과 어울리는 가락본동의 숲 유치원<숲반> 이야기를 읽으며 요즘 일어난 어린이집 교사의 폭행사건이 생각났다. 작은 공간속에서 오랫동안 갇혀지내는 아이들이나 교사나 모두 지쳐버린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사나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했다면 교사도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작은 아이의 뺨을 어루만졌으리라.
  제주도의 해녀들의 학교 <한수풀해녀학교> 30-40년 동안 물질을 해오신 해녀할머님들이 강사다. 인터뷰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카실한 그녀들이지만 자신의 제자들에게만은 특별하다고 한다. '아쿠아 플라넷 제주'에서는 대형 수조 속 해녀들의 공연은 생존을 위해 단련해야만 했던 그녀들의 삶이 녹아있다. 글로 읽었는데도 내 마음이 울컥하니 제주여행할 때 꼭 들러보고 싶다. <하우스 레서피>에 들러 한정판 당근 케이크도 맛보야겠다.
  단골없는 가마솥 공장 <안성주물>은 한번 사가면 평생 쓰기 때문에 다시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골이 없다고 한다.  누구나 전통을 잇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전통을 잇기 위해 생기는 불편은 참지 못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두리로 이사를 다니고 변변한 지원도 없이도 지금까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이 진정한 장인이다. 자전거를 고치고, 만년필의 사연도 역사도 함께 하며, 오징어튀김을 하나를 튀겨도 정성과 양심을 다 하는 이 시대의 장인들이 있다. 그들은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것이 그저 그들의 삶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멀리 여행은 자주 다니지 못한다. 그저 아이들 손잡고 동네나 어슬렁거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골목이야기를 좋아한다. 제목과 표지를 보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든가 '걷기 좋은 길' '줄 서서 밥 먹는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까페'나 '테마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다. 
그래서 청소년센터나 숲어린이집 편이 나오자 이 책의 정체는 무얼까하며 머리말을 다시 읽어보았다.
  작가도 처음에는 줄 서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가 취재하다보니 함께 어울리고 나누고 공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행복을 나누어주는 작은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말에 한번쯤 들려볼 골목 카페 소식이나 찾아볼 요령으로 읽기 시작한 나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행복한 공간 의미를 되찾아 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에 빠져들어 그들의 행복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버렸다.
  자신의 가진 공간을, 능력을, 생각을 나누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어쩌면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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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통합수업, 아이들을 수업의 주인공으로! - 초등5-6학년 교육과정 재구성 길잡이
이윤미 외 11명 지음 / 살림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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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수업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교사도 아니고 교과서도 아니다. 바로 배우는 학생이다. 교과서가 또 개정되었다. 5학년 역사수업이 5학년 2학기~ 6학년 1학기로 변경되었다. 우리나라처럼 교육과정이 수시로 개정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도 늘어난 시수와 뜬금없는 단원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과정의 변화에도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교육의 중심축을 만들어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게, 그 내용이 지니는 가치에 맞게 재구성한 주제통합수업이다. 5~6학년 대상으로  아이들을 수업의 주인공을 만들기 위해 전주 신동초의  뜻 있는 10명의 교사가 함께 수업을 바꾸어보기로 했다. 교과서를 읽어보고 교과서를 재구성하여 10개의 교과를 주제별로 묶어 2년동안 주제중심의 교과통합수업을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수업을 바꾸어보자고 말하지만 수업고 학습에 대한 목적의식이 명확하지 못하고, 어제나 오늘이나 단순한 지식 중심과 암기에 몰두하고, 점수 비교를 하면서 자신을 다그치는 수업과 학습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핀란드의 교육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핀란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행복지수가 높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적이 높아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공부하기 때문에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이다.

  신동초 주제통합수업의 지향점은 바로 아는 것과 살아가는 것의 연결하는 것이다. 정적인 학습에서 동적인 학습으로 지식 전수 학습에서 교과서를 뛰어넘는 학습으로 차원을 바꾼 학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의식속에서만 남아있는 지식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지식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수업을 바꾸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왜곡된 평가를 본연의 위치로 바꾸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교육이 방법론적인 것에 치우쳤는데 무엇을 왜 가르쳐야 하는지 정확한 교육목표에 촛점을 맞추었다.

  주제중심의 통합교육의 장점은 교과별로 반복되는 주제를 통합하여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하게 되니 수업 시간에 멍하니 앉아 있는 아이들이 현저히 줄었고 자신이 직접 경험한 활동이기에 자신의 생각을 더 많이 표현할 수 있었다. 또한 '배려'와 '협동'으로 폭력성이 줄었다. 무엇보다도 수업이 재미있어졌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활동이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위해 가장 먼저 '교육과정'의 교육 목적이 무엇인지 바로 알고 방법과 교사의 역할 등을 연구를 시작하여 이오덕 선생님의 '아이들이 숨 쉬게 하고 오늘을 살게 하자'는 교육철학과 아동관을 세웠다. 교과과정의 목표에 맞는 교과서 내용을 파악하고 필요없는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통합주제를 만들었다. 스스로를 평가하게 함으로써 평가에서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학교의 진정한 변화는 교사들의 변화로부터 온다. 아이들이 수업의 중심이 되도록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천해야한다.

  

  교육의 사례 중에서  여러가지 모형의 자본사회를 체험하고 직접 경제 경험을 해보 것으로 스스로 돈을 벌고 운영하는 모습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회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였고 직접 볍씨를 뿌리고 비료를 주며 벼농사 경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모티브로 알키우기 등의 살아있는 교육이 가득하다.

  어떤 수업은 교사위주의 수업이 되기도 하고, 많은 지식전달 때문에 아이들의 항의를 받으며 다음 시차에 조금씩 발전된 수업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고 활동하는 수업이어서 아이들의 지나친 감정 개입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또 아이들의 주제수업을 위해 혼란스러운 준비과정을 인내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교의 행사와 교육과정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지 않기 위해 평가에 민감한 학부모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교사들의 끊없는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초등 5학년이 된 아들이 이런 수업을 받게 된다면 학부모로서 발벗고 나서서 돕고 싶다. 모든 학교의 교육과정이 아이들을 위한 활동으로 가득하여 아이들이 주인공인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 삶을 주자. 교과서 외워서 점수 따기를 경쟁으로 시키는 것은 삶이 아니다.

삶이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이오덕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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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덕수궁 인문여행 시리즈 10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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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궐하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경복궁이다. 조선왕조의 첫번째 궁이자 법궁의 의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이름은 '경운궁'으로 고종이 순종에게 양위하며 이 궁에 칩거하면서 오래 수를 누리시라고 '덕수' '수'를 누리기를 기원하는 의미의 이름이다.   

 

  덕수궁은 경복궁이나 다른 궁궐에 비해 비록 상징성이나 존재감은 작지만  대한제국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유일한 황제국인 대한제국의 정궁으로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아관파천 이후 고종은 '구본신참'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 했다. 환구단을 지어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국호를 대한제국, 연호를 광무로 새로 정하고 황제로 즉위한다.조선호텔 앞 정원처럼 꾸며진 멋진 정자가 환궁우이다. 조선호텔이 남궁터에 지어지며 황궁우로 정원 삼은 것이다. 이제는 대재벌의 소유가 되어버린듯한 씁쓸함이 있다

 

  현대의 덕수궁은 잠깐 산책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시내 한복판 큰길가에 있는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짧은 동선이 덕수궁이 보여주는 전부이지만 본래는 덕수궁 담장 밖으로 경사진 언덕에는 정동길이 이어지고, 오래전에 정동은 그 자체가 덕수궁이었다.  

 조선의 다른 궁궐에 비해 가장 번화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다. 덕수궁 동쪽으로는 서울시청 앞 광장 도보와 차도가 인접해 있는 대한문은  사실 동문이다. 남문이었던 인화문은 앞은 도로를 내기 협소하여 대안문 즉 대한문이 정문으로 사용되었고 인화문은 중화전 확장공사 때 없어졌다. 길을 내느라 대한문은 길 한복판에 있다가 궁역을 축소하며 여러번 자리를 옮기다가 지금의 자리에 물러나게 된다. 인접성 때문인지 덕수궁은 담장이 헐리고 스케이트장까지 있는 시민공원으로 사용되었다.

 

  항상 시위와 관광객과 지나다니는 사람으로 번화한 대한문 앞을 지나 문 안으로 들어오면 번잡했던 길과는 다른 고즈넉한 궁의 풍경이 보인다. 넓지않아 오래 걸어야할 부담도 적다. 제 역할과 자리를 잃은 하마비, 물이 흐르지 않는 금천교를 지나 벚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중화문이 보이고 행각도 없이 혼자 남은 중화전이 있다. 1904년 화재로 소실되어 복층이 아닌 단층으로 복원되어 있다.

  동쪽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드문 중층의 석어당이다. 덕수궁은 원래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사저로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경복궁 대신 선조가 머물렀던 곳이다. 광해군은 창덕궁을 복원하고 경운궁이라는 정식 명칭을 하사하고 광해군도 여기서 오래 머물렀다 한다. 광해군은 자신의 왕의 자리에 위협이 되는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를 석어당에 유폐한다. 광해군은 그 일로 인해 폐위되고 인조가 왕이 되지만 잘못된 외교정책으로  조선은 또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고종의 침전으로 사용되던 함녕전은 아궁이 불이 옮겨가 화재로 전소되었다가 복원되었다. 화재로 인해 경운궁은 더욱 위축되었고 초라해 지고 만다. 고종의 자리를 위협하기 위해 일본의 방화의 가능성이 더 높이 보고 있다.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던 시기에 커피를 즐기게 된 고종은 서양식 정자를 지었는데 바로 정광헌이다. 정관헌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시름을 달래던 고종의 모습이 그려진다.

  고종은 늦게 얻은 덕혜옹주를 사랑하시어 준명당에 유치원을 꾸몄다고 한다. 덕혜옹주 또한 기울어져간 나라의 운명과 함께 비운의 삶을 살다간다.  석조전은 고종 황제의 집무실과 외국 사신들의 접견실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미술관과 박물관,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다가 복원공사로  대한제국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 글이 주는 감동도 있지만 기울어가는 나라의 운명을 함께한 궁궐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련하다. 정동길을 걸으며 근대사의 현장이었던 그 길 하나하나의 사연을 읽었을 때 교과서 속의 한줄 뿐인 상식이 아닌 지금도 연장되는 역사임을 알게 되었다. 중화전 살구나무에 살구꽃이 필 때쯤 이 책을 들고 덕수궁을 거닐고 싶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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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자를 만났다 - 내 인생의 전환점
강상구 지음 / 흐름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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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답한 세상 규범 속에 갇혀 사는 우리에게 장자는 뜬구름 잡는 우화들로 인생에 대해 나와 너, 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천년이상을 공자의 가르침으로 살아온 우리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예의가 옳다, 그르다의 잣대가 되어 차별의 수단이 되는 순간, 예의는 더이상 덕목이 아닌 폭력이 된다. 우리의 삶의 모습을 보면 자신만의 생각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선택한 것은 옳고 진리이고 바르다는 것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만이 옳은 것이 되면 다른 사람의 선택한 것이 틀린것이 된다.  절대 선한 것이 있을 때  절대 악한 것도 있다. 나누고 가르는 습관이 '같음'보다는 '다름' 어느새 '다름'은 '틀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장자는 이분법을 거부한다. '이것'이 있어야 '저것'이 있고, 너가 있어 내가 있다.
  우리는 다른 것을 틀리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을 꼬아 보는 버릇이 생겼다. 곧은 나무는 곧은 나무대로 굽은 나무대로, 긴다리의 학은 학대로, 짧은 다리의 오리는 오리대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하며 자신의 몫을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다.
  장자가 말하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세상을 버리고 산으로 들어가라는 말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나 자신의 본성을 찾고 상대의 본성도 존중하고 상대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행복은 혼자의 노력으로만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다른 사람도 변해야만 한다. 관계의 변화 곧 사회의 변화이다. 장자는 세상속으로 들어가 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자고 한다.
 
  <장자>를 읽지 못했다. 그래서 저자가 설명한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지못한다. 제품은 보지도 못한채 360페이지가 넘는 설명서를 읽은 셈이다. 하지만 아주 재미있고 지적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내용으로 가득차있다. 장자를 이야기하지만 천년전에 화석과 같은 존재의 장자가 아니다. 서양철학과 현대 이야기를 적절하게 섞어서 읽기 쉽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수 많은 서양철학자들의 철학이 동양철학 그것도 장자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다. 어쩌면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짝을 이루는 이야기들을 찾아오거나 임의대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꽤 설득력이 있어 읽는 내내 몰입하며 어느새 장자의 주장에 물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장자의 주장대로라면 예의를 지키고 살던지 제 멋에 살던지, 세상의 단 하나의 진리가 있다고 믿고 살던지 자기 잘난 맛에 살거나 이기적으로 살거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것 또한 하나의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라고 바라보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세상에 뛰어들어사랑, 용기 관용, 신뢰.....하는 마음을 안 갖고 살면 어떤가 말이다.
 엄두를 못내었던 <장자>의 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만족한 독서였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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