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곳에서 행복을 만납니다 - 추억.시간.의미.철학이 담긴 21개의 특별한 삶과 공간
홍상만.주우미.박산하 지음 / 꿈결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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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늘 바랬었다.  얼마 전 '작업실'이라는 이름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꿈 꾼 공간이 이런 것이었을까? 나 이외에는 찾는 이도 없거니와 어떤이의 방문도 그저 부담스러워하는 그런 공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선뜻 또 나서지지가 않는다. 

  
  그런데 여기, 오늘 하루의 매출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서 마음과 꿈, 물건을 나누고,  세상 사람들과 즐거움을 연대하고, 어울리고, 때로는 수익을 이웃과 나누고, 재능을 나누고, 시간과 공간 삶을  이어 주겠다는 사명을 지니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아름다운 고집이 있기에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한다.
  번잡한 거리에 자리잡지도 않았고 화려한 간판이나 떠들썩한 홍보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똑같은 코스를 무의미하게 돌다 오는 그런 여행이 싫어 진짜 참 여행을 위해 공정여행을 시작한 여행사, 무너져 내리는 논둑이 안타까워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흙을 나르고 쌓고 온다. 자신들의 여행길이 또 하나의 논을 허물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이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잠깐 쉬고 가는 공간에서 그들의 대접할 한 그릇의 간식을 온종일 손수 준비하는 까페의 주인의 이야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정장을 빌려주고 기증받는 정장 공유 서비스<열린 옷장>은  서울시청 홈피에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마음 따뜻한 생각을 했을까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다.  여행사진 작가가 주인인 3평짜리 무인카페는 10여명만으로도 비좁은 공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애 첫 콘서트를 열게 되는 곳, 예술과 인문학이 공존하는 3평의 문화공간이 된다.
  어린들이 놀이의 주인공이 되어 자연과 어울리는 가락본동의 숲 유치원<숲반> 이야기를 읽으며 요즘 일어난 어린이집 교사의 폭행사건이 생각났다. 작은 공간속에서 오랫동안 갇혀지내는 아이들이나 교사나 모두 지쳐버린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사나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했다면 교사도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 작은 아이의 뺨을 어루만졌으리라.
  제주도의 해녀들의 학교 <한수풀해녀학교> 30-40년 동안 물질을 해오신 해녀할머님들이 강사다. 인터뷰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카실한 그녀들이지만 자신의 제자들에게만은 특별하다고 한다. '아쿠아 플라넷 제주'에서는 대형 수조 속 해녀들의 공연은 생존을 위해 단련해야만 했던 그녀들의 삶이 녹아있다. 글로 읽었는데도 내 마음이 울컥하니 제주여행할 때 꼭 들러보고 싶다. <하우스 레서피>에 들러 한정판 당근 케이크도 맛보야겠다.
  단골없는 가마솥 공장 <안성주물>은 한번 사가면 평생 쓰기 때문에 다시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골이 없다고 한다.  누구나 전통을 잇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전통을 잇기 위해 생기는 불편은 참지 못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두리로 이사를 다니고 변변한 지원도 없이도 지금까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이 진정한 장인이다. 자전거를 고치고, 만년필의 사연도 역사도 함께 하며, 오징어튀김을 하나를 튀겨도 정성과 양심을 다 하는 이 시대의 장인들이 있다. 그들은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것이 그저 그들의 삶이기에 기꺼이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멀리 여행은 자주 다니지 못한다. 그저 아이들 손잡고 동네나 어슬렁거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골목이야기를 좋아한다. 제목과 표지를 보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든가 '걷기 좋은 길' '줄 서서 밥 먹는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까페'나 '테마가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는 책인 줄  알았다. 
그래서 청소년센터나 숲어린이집 편이 나오자 이 책의 정체는 무얼까하며 머리말을 다시 읽어보았다.
  작가도 처음에는 줄 서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다가 취재하다보니 함께 어울리고 나누고 공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행복을 나누어주는 작은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주말에 한번쯤 들려볼 골목 카페 소식이나 찾아볼 요령으로 읽기 시작한 나도 '마음이 가벼워지는 행복한 공간 의미를 되찾아 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 에 빠져들어 그들의 행복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버렸다.
  자신의 가진 공간을, 능력을, 생각을 나누고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어쩌면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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