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명창들의 숨겨진 이야기 큰 생각 작은 이야기 1
이경재 지음, 이경화 그림 / 아주좋은날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해전 인사동 나들이 길에 10대 후반의 어린 소녀가 춘향가 완창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내가 갔을 때는 거의 마지막 부분이었고 5시간 내리 노래한 후라 기진맥진 한채 고수를 하는 스승님의 응원으로 마지막 부분을 애쓰며 부르고 있었다. 스승님은 아마 거리공연을 기획하면서 어린 제자에게 용기와 경험을 배우게 하려고 한 것 같다.  어린 소녀의 창이 끝나자 모두들 박수로 격려했고  소녀는 눈물을 흘리며 답례인사를 했다.

  

  판소리 명창의 첫번째 기록이 남아있는 권삼득은 '안동 권씨'라는 이름 있는 양반집의 아들이었다. 그 시대의 양반들은 유학을 공부하고 입신양명에 뜻을 두어야하건만 소리에 대한 그의 사랑은 죽음도 막지못했다.  집안 망신이라며 멍석말이를 하려는 순간 죽기 전에 소리나 한번 하고 죽게 해달라는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모두들 그의 소리를 듣게 된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그의 소리에 반했고 죽음을 면하고 임금님한테가지 소문이 나서 삼득이라는 이름까지 하명 받게 된다. 그는 소리뿐만 아니라 재치와 지혜까지 있어 많은 사랑을 받게 되고 명창으로 기억된다. 죽어서도 소리를 전수하기 위해 무덤가에 소리 굴이 생겼다니 죽어서도 명창이 분명하다.

  판소리를 하기위해서는 그저 노래를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만물의 소리를 똑같이 따라할 수 있어야 한다. '귀곡성'의 명창 송흥록은 귀신소리를 배우기 위해 무덤에서 잠을 자며 귀신의 울음소리를 배웠다고 하니 그의 노력이 그를 '소리 왕' '가왕'으로 만들었다. 판소리를 정리하여 '판소리의 시조' 라고 불릴만큼 큰 업적을 이룩하였다.

  역사책과 국어책에 판소리하면 등장하는 신재효는 판소리의 아버지라 불린다. 신재효는 흉년에 백성들을 구제한 공로로 관직을 받았지만 중인으로서의 신분에서는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자신의 한과 아픔을 달래려고 소리를 하다가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판소리에 점점 매료되어 판소리에 빠져들게 된다.  소리꾼마다 각각 다르게 불려오는 판소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로 마음 먹고 당대의 여러 명창들과 판소리를 정리한다.

<동리정사>를 세워 소리꾼들이 소리를 연구하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소리꾼 혼자 하는 밋밋한 구성을 더 발전시켜 여러 소리꾼들이 함께 공연하는 창극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12마당이나 되었던 판소리를 유교사상에 맞게 정리한 다섯마당은 양반위주의 사고방식의 틀에 갖혀버리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에 신재효가 좀 더 다양한 시각과 사상을 가졌더라면 더 다양한 판소리를 듣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타령'의 대가 이날치, 우리 민요 '새타령'은 오늘날까지도 잘 전해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흥겹게 부르며 그의 소리를 좋아하고 있다.

  '농부가'의 명창 송만갑은 큰 소리꾼 집안에서 태어나 동편제 소리를 전수하게 된다. 다른 가문의 소리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다양한 소리를 합하여 더 풍성한 소리를 만들고자 한다. 집안의 법통소리를 이어가지 못해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다른 가문의 소리를 받아들여 자신의 소리를 더욱더 힘 있게 만들어냈다.

  우리들에게 정말 익숙한 판소리인 춘향가의 한대목 '쑥대머리'의 명창 임방울은 레코드판으로 제작된 첫번째 명창이다. 처음에는 소리가 트이지 않아 쓰러질 정도로 연습에 매진한다. 쑥대머리 한구절 배우기 위해 헛간에서 3년동안 나오지 못하고 씻지도 못한 채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하여 명창으로 인정받게 된다. 일제 강점기가 되면서 일제는 판소리가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를 대며 공연을 할 수 없게 했지만 임방울 명창은 아랑곳하지 않고 '쑥대머리'를 부른다. 춘향이의 이야기가 일제의 핍박을 받는 우리나라의 현실처럼 느껴져 많은 사람들의 아픔 마음을 달래 주었다.

 최초의 여성 명창 진채선은 무당의 딸이었지만 신재효 선생님의 등용으로 판소리를 배우게 되고 판소리를 좋아하던 고종 앞에서 소리를 한 뒤 '국창'으로 임명되어 궁궐에서 생활하게 된다. 흥선대원군이 죽은 후 큰 소문 없이 조용히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역사적 위인이라고 한다면 정치적이나 학문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판소리 명창의 이야기가 참 신선하게 느껴져 단숨에 읽어다. 명창의 일대기에 그 시대의 시대상과 역사까지 함께 담겨 있어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역사라는 것이 몇몇 위인들이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져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그들이 오늘날까지 명창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파나는 노력과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준 그들의 마음과 소리 때문일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