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덕수궁 인문여행 시리즈 10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궁궐하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경복궁이다. 조선왕조의 첫번째 궁이자 법궁의 의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원래 이름은 '경운궁'으로 고종이 순종에게 양위하며 이 궁에 칩거하면서 오래 수를 누리시라고 '덕수' '수'를 누리기를 기원하는 의미의 이름이다.   

 

  덕수궁은 경복궁이나 다른 궁궐에 비해 비록 상징성이나 존재감은 작지만  대한제국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조선왕조의 마지막 유일한 황제국인 대한제국의 정궁으로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아관파천 이후 고종은 '구본신참'으로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려 했다. 환구단을 지어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국호를 대한제국, 연호를 광무로 새로 정하고 황제로 즉위한다.조선호텔 앞 정원처럼 꾸며진 멋진 정자가 환궁우이다. 조선호텔이 남궁터에 지어지며 황궁우로 정원 삼은 것이다. 이제는 대재벌의 소유가 되어버린듯한 씁쓸함이 있다

 

  현대의 덕수궁은 잠깐 산책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시내 한복판 큰길가에 있는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짧은 동선이 덕수궁이 보여주는 전부이지만 본래는 덕수궁 담장 밖으로 경사진 언덕에는 정동길이 이어지고, 오래전에 정동은 그 자체가 덕수궁이었다.  

 조선의 다른 궁궐에 비해 가장 번화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다. 덕수궁 동쪽으로는 서울시청 앞 광장 도보와 차도가 인접해 있는 대한문은  사실 동문이다. 남문이었던 인화문은 앞은 도로를 내기 협소하여 대안문 즉 대한문이 정문으로 사용되었고 인화문은 중화전 확장공사 때 없어졌다. 길을 내느라 대한문은 길 한복판에 있다가 궁역을 축소하며 여러번 자리를 옮기다가 지금의 자리에 물러나게 된다. 인접성 때문인지 덕수궁은 담장이 헐리고 스케이트장까지 있는 시민공원으로 사용되었다.

 

  항상 시위와 관광객과 지나다니는 사람으로 번화한 대한문 앞을 지나 문 안으로 들어오면 번잡했던 길과는 다른 고즈넉한 궁의 풍경이 보인다. 넓지않아 오래 걸어야할 부담도 적다. 제 역할과 자리를 잃은 하마비, 물이 흐르지 않는 금천교를 지나 벚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중화문이 보이고 행각도 없이 혼자 남은 중화전이 있다. 1904년 화재로 소실되어 복층이 아닌 단층으로 복원되어 있다.

  동쪽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드문 중층의 석어당이다. 덕수궁은 원래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사저로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경복궁 대신 선조가 머물렀던 곳이다. 광해군은 창덕궁을 복원하고 경운궁이라는 정식 명칭을 하사하고 광해군도 여기서 오래 머물렀다 한다. 광해군은 자신의 왕의 자리에 위협이 되는 영창대군을 죽이고 인목대비를 석어당에 유폐한다. 광해군은 그 일로 인해 폐위되고 인조가 왕이 되지만 잘못된 외교정책으로  조선은 또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고종의 침전으로 사용되던 함녕전은 아궁이 불이 옮겨가 화재로 전소되었다가 복원되었다. 화재로 인해 경운궁은 더욱 위축되었고 초라해 지고 만다. 고종의 자리를 위협하기 위해 일본의 방화의 가능성이 더 높이 보고 있다.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던 시기에 커피를 즐기게 된 고종은 서양식 정자를 지었는데 바로 정광헌이다. 정관헌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시름을 달래던 고종의 모습이 그려진다.

  고종은 늦게 얻은 덕혜옹주를 사랑하시어 준명당에 유치원을 꾸몄다고 한다. 덕혜옹주 또한 기울어져간 나라의 운명과 함께 비운의 삶을 살다간다.  석조전은 고종 황제의 집무실과 외국 사신들의 접견실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졌다. 미술관과 박물관,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다가 복원공사로  대한제국박물관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그림과 사진, 글이 주는 감동도 있지만 기울어가는 나라의 운명을 함께한 궁궐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련하다. 정동길을 걸으며 근대사의 현장이었던 그 길 하나하나의 사연을 읽었을 때 교과서 속의 한줄 뿐인 상식이 아닌 지금도 연장되는 역사임을 알게 되었다. 중화전 살구나무에 살구꽃이 필 때쯤 이 책을 들고 덕수궁을 거닐고 싶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서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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