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공간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번역총서 5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 지음, 이기숙 옮김 / 에코리브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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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관해 생각해봐야 관련 책들을 보고 있는데, 이어령 작가의 <공간의 기호학>에서 이 책을 언급하고 또 자주 인용하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매우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공간 개념에 관한연구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부터 시작하여 한단계씩 밟아가며 `공간`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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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대산세계문학총서 120
엘리자베스 클레그헌 개스켈 지음, 이미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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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에서 만든 영화를 보고 주인공들에게 반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두꺼운지 아무리 읽어도 끝이 없다. 죽음, 노동, 가난, 파업, 공장, 반역 등 심각한 주제들로 가득하지만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건 두 주인공들의 사랑 때문. 결말은 해피엔딩. 제 2의 오만과 편견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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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랜포드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44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심은경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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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랑스러운 어르신들과 시골이 어디에 있을까? 자본가와 노동자의 투쟁을 그린 <남과 북>을 먼저 읽는다면 이 책이 동일 작가가 쓴 것이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얼마나 재밌는지, 몇 번을 다시 봐도 계속 웃음이 나온다. BBC 영화도 좋긴 하지만 감히 원작만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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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바르톡 : 피아노 협주곡 1-3번 - DG Originals
바르톡 (Bela Bartok) 작곡, 프리차이 (Ferenc Fricsay) 지휘, 게자 / DG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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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톡의 음악은 처음이라 살짝 걱정을 했는데, 들을수록 매력적이다. 현대 음악을 하는 작곡가로서 자유롭고 개성있는 화음과 조성을 사용한다. 자꾸 귀를 기울이고 듣게 된다. 피아노를 퉁탕퉁탕 내리치는 느낌도 좋고, 불협화음도 거슬리지 않는다. 현대음악이 이정도면 즐겁게 들을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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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시학 동문선 문예신서 183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곽광수 옮김 / 동문선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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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책상 위에는 빨간 달팽이들이 살고 있다. 우아하고 볼이 넓은 와인 잔이 그들의 집이며 하얀 조약돌과 풀들이 그들의 가구이다. 달팽이는 유리벽에 붙어 꼼짝하지 않는다. 그러다 가끔 천천히 집 주변을 돌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온 우주의 시간이 느려지는 듯 한 기분이 든다. 달팽이에겐 인간의 손바닥보다 작은 저 공간이 전부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아쉬워하거나 불평하는 기색이 없다. 2년이 넘도록 그 안에서 자식들을 낳고 번성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바슐라르는 ‘공간’에 대해 깊게 사유한다. 인간이 사는 집의 공간을 시작으로 서랍과 장롱의 공간까지 세분화하여 나아가다 급기에 새집과 조개껍질의 공간까지 들어간다. 달팽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으며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뒷부분에서 그는 소리와 침묵의 공간, 안과 밖, 원의 현상학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스르륵 읽어버렸다.

  저자는 수많은 시와 소설을 예로 들며 자신의 생각을 전개시키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매우 즐겁다. 보너스로 좋은 시를 선물 받은 느낌이다. 처음 제목과 저자 이름만 보았을 때 이 책은 얼마나 지루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니 첫 장부터 흥미진진하다. 지하실에서 지붕 밑 방까지의 공간에 대해 돋보기를 들이대는데 그래 맞아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집 안에 있는 가구들과 구석, 서랍 하나하나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가장 놀랍게 읽었던 장은 새집에 관한 글이다. 둥근 새집, 집을 짓는 데 있어서 새가 가진 도구는 새의 몸 자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는 집의 재료들을 누르고 밀집시켜 집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가슴을 이용한다. 수컷이 여러 재료들을 물어오면, 그것들을 가지고 암컷은 가슴으로 압력을 가함으로써 펠트 천과 같은 부드러운 안벽을 만드는 것이다. 새의 가슴으로 만든 둥그런 새집 하나.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집이란 말인가.

  이 책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살고 있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그러나 무심하게 지나치는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작은 틈새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작은 생명체의 공간이 크게 다가온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좀 더 밝아진 느낌이다. 좋은 책이다.

 

 

* 참된 안락이란 과거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78

 

* 꽃은 언제나 씨 안에 있는 것이다. 105.

 

* 파리에는 집이 없다. 포개어져 놓인 상자들 속에서 대도시의 주민들이 살아간다.......거리의 번호와 층계의 층수가 우리들의 ‘규약적인 구멍’의 위치를 획정해 주고 있지만, 그러나 우리들의 거소는 그 둘레에 공간도 없고 그 안에 수직성도 없다. ‘깁들은 땅속으로 박혀 들어가지 않기 위해 아스팔트로 지면에 붙어 있다.’ 집에 뿌리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집의 몽상가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마천루 같은 높은 집이 지하실을 가지고 있지 않지 않는가? 포장된 지면에서 지붕까지 방들이 포개어 쌓아 올려져 있고, 지평선 없는 하늘의 천막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도시의 건조물들은 외부적인 높이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승강기가 층계에서의 영웅적인 용기를 없애 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하늘 가까이 산다는 것이 거의 공적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자기의 집이란 단순히 수평성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한 층 속에 박혀 있는, 우리들이 사는 집의 여러 방들은 하나같이, 내밀함의 가치들을 알아보고 분류하기 위한 근본적인 원리의 하나를 잃어버렸다. 107-08

 

* 그리고 아름다운 말에는 아름다운 사물이 대응되는 법이다. 장중하게 소리나는 말에 대비되는 것은 깊이 있는 존재이다. 가구의 시인이라면 누구나-지붕 밑 방에 사는 시인, 가구가 없는 시인일지라도- 오래된 장롱 속의 공간은 깊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장롱 속의 공간은 내밀함의 공간, 누구에게나 열리지는 않는 공간인 것이다. 176.

 

* 그리고 미슐레는 계속해 말한다: ‘새집은 바로 새 자체이다. 그의 형태이고 가장 직접적인 노력이다. 그의 고통이라고까지 말해도 좋으리라. 집이라는 결과는 새의 가슴으로 끊임없이 되풀이된 누름으로써만 얻어진 것이다. 그 풀잎 조각의 어느 하나라도 새집의 둥근 곡선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의 가슴으로, 심장으로, 틀림없이 호흡의 혼란과 아마도 심장의 빠른 박동을 일으키게 하는 가운데, 수천 번이나 짓눌리고 짓눌리지 않은 게 없으리라.’ 206.

 

* 어느 글에서 다눈치오는 우리들에게 불안에 떨고 있는 동물의 시선, 그러나 괴로움 없는 한순간 가을 세계에 평화를 투사하는 산토끼의 시선을 전해주고 있다: ‘당신들은 아침녘, 쟁기가 파 놓은지 얼마 안되는 밭고랑에서 산토끼 한 마리가 빠져나와, 은빛 서리 위로 얼마동안 달려가다가, 침묵 가운데 멈춰서서, 뒷다리 위에 몸을 앉히고 귀를 곧추세운 채 지평선을 바라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시선은 ’세계‘를 평화롭게 하는 것 같다. 끊임없는 불안이 잠시 멈춘 사이, 김이 오르는 들판을 응시하는 움직임 없는 산토끼, 그 부근에 그보다 더 확실한, 깊은 평화의 표지를 상상할 수 없으리라. 그 순간 그것은 경배해야 할 성스러운 동물이다.’ 3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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