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을 사랑한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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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란시사

 

살구꽃이 피면 새해 첫 모임을 갖는다

복숭아꽃이 피면 꽃에 앉은 봄을 보기 위해 다시 모인다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여름을 즐기기 위해 한 번 만난다

그것도 잠시

서늘해지기 시작하여 서지에 핀 연꽃을 완상하기 위해

또 모인다

가을이 깊어져 국화가 피면 서로 만나 얼굴을 보고

겨울에 들어 큰 눈이 내리면 다시 만난다

세밑에 화분에 심어 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면

모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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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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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으로 가는 길

 

내 진실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에 섰다.

낯선 새 한 마리 끝으로 사라지고

가에 핀 풀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는데

내 질신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사람으로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슬픔으로 걸어가는을 걸었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하나

슬픔을 앞세우고 내 앞을 지나가고

어디선가 갈나무 지는 잎새 하나 슬픔을 버리고 나를 따른다.

내 진실로 슬픔으로 가는 을 걷는 사람으로

끝없이 걸어가다 뒤돌아보면

인생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저녁놀에 파묻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하나 만자기 위해

나는 다시 슬픔으로 가는 저녁 들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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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깨어 있네

 

나는

늘 작아서

힘이 없는데

믿음이 부족해서

두려운데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은 내게 말하는군요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고

옆에 있는 사람들이

다 희망이라고

내게 다시 말해주는

나의 작은 희망인 당신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숨을 쉽니다

힘든 일 있어도

노래를 부릅니다

자면서도

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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