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란시사

 

살구꽃이 피면 새해 첫 모임을 갖는다

복숭아꽃이 피면 꽃에 앉은 봄을 보기 위해 다시 모인다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여름을 즐기기 위해 한 번 만난다

그것도 잠시

서늘해지기 시작하여 서지에 핀 연꽃을 완상하기 위해

또 모인다

가을이 깊어져 국화가 피면 서로 만나 얼굴을 보고

겨울에 들어 큰 눈이 내리면 다시 만난다

세밑에 화분에 심어 둔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면

모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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