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양말도 벗었나요
고운 흙을 양손에 쥐었네요
등은 따순가요
햇살 좀 보세요
거 참, 별일도 다 있죠
세상에, 산수유 꽃가지가
길에까지 내려왔습니다
노란 저 꽃 나 줄 건가요
그래요
다 줄게요
다요, 다
새벽 종소리
집 뒤 언덕에 교회가 있다
발자국 소리가 올라간다
종소리가 가만가만 서툴게 들려온다
목사님이 어딜 가셨나 보다
나이 많은 동네 할머니가 종 줄을 당기나 보다
마을 사람들이 어제 힘든 일을 했나보다
작은 마을에 간신히 퍼진다
하나님 귀에 더 또렷하게 들릴 것 같다
기러기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100마일, 후회따윈 없어
몸 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너의 절망을 말해보렴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해줄께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와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향기
길을 걷다가
문득
그대 향기 스칩니다
뒤를 돌아다봅니다
꽃도
그대도 없습니다
혼자
웃습니다
나무
나무야, 네 눈빛만 보아도 나는 행복해
쓰러질 듯 가느다란 몸으로 그토록 많은 잎과 열매를
묵묵히 키워내는 너를 오래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더욱 살고 싶어져. 모든 슬픔을 잊게 돼.
바람에 흔들리는 네 소리만 들어도
나는 네 마음을 알 것 같아
모든 이를 골고루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애쓰는 너
우리 엄마처럼 웬만한 괴로움은 내색도 않고
하늘만 쳐다보는 네 깊은 속 마음을 알 것 같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