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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올리비에 여행 - 수채화판 실크로드 여행수첩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프랑수아 데르모 그림,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어쨌든 ‘다른 사람들처럼 여행하는 것’은 내 취향에 전혀 맞지 않았다. 모터가 달린 차가 싫고, 주유소가 싫고, 기계, 속도, 소음, 무관심과 익명성이 떠도는 커다란 도로가 싫다. 제발 내 말을 믿어주길 바란다. 내가 애정을 갖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여행은 내 삶의 리듬도 내 세상도 아니다. 숨을 쉬고 살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느림이고, 무엇이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고, 풀길을 따라 어슬렁거리며 몽상에 젖는 것이다. 찌르레기의 비행, 어릴 때 먹었던 솜사탕처럼 뭉게뭉게 짙게 깔린 산등성이, 자기 일을 하느라 바쁘게 내 앞을 지나가는 전갈-하물며 전갈마저-나처럼 풀밭 위를 돌아다니는 방랑자. 이런 모습들이야말로 내 마음에 드는 것들이다. 내 삶의 리듬은 과거의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도착하기만 바란다면, 역마차를 집어타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걸어가야 한다.” 장 자크 루소가 그의 저작 <에밀>에서 한 말이다. 나도 ‘도착하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어디에 도착한다는 말인가? 내 마음에 드는 것은, 늘 얘기했던 것처럼, ‘가는 것’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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