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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에 대하여 - 미니어처, 거대한 것, 기념품, 수집품에 대한 이야기
수잔 스튜어트 지음, 박경선 옮김 / 산처럼 / 2016년 1월
평점 :
* 우리가 거대한 존재와 맺는 가장 근본적인 관계는 풍경과의 관계, 즉 우리를 ‘둘러싼’ 자연에 대해 직접 살아내며 맺은 관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여기서 우리의 위치는 미니어처와의 관계 속에서의 위치와 정반대다. 우리는 거대한 것에 의해 감싸지고, 둘러싸이고, 그 그림자 안에 갇힌다. 우리는 미니어처를 공간적인 전체 혹은 시간적인 부분으로써 인지하지만, 거대한 존재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밖에 알지 못한다. 우리는 풍경 속을 관통하며 움직이지만, 풍경은 우리를 관통하지 못한다. 풍경과의 이러한 관계는 자연 세계 위에 추상적으로 투사된 몸을 통해 주로 표현된다. 결과적으로 미니어처나 거대한 것 둘 다 담음이라는 은유를 통해 서술이 가능할 것 같다. 미니어처는 담기는 대상이고, 거대한 것은 담는 그릇인 셈이다. 155
* 기념품이 차지하는 공간이 몸통(부적), 주변부(기억), 또는 사적인 전시라는 모순(몽상)이라면, 수집품의 공간은 드러냄과 숨김, 조직과 무한한 혼돈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수집품은 상자, 수납장, 벽장, 길게 이어진 선반 등에 의존한다. 수집품이 이들 경계선에 의해 규정되는 것은 자아의 확장이 부르주아적 가정 공간이라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환경이 연장된 자아가 되려면, 환경에 대해 작용하거나 환경을 변형시키는 대신, 환경을 채움으로써 그 본질적인 비어 있음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 장신구, 장식품 그리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적절한 예법은 주체의 공간 이외에 여타 관련 공간을 비움으로써 사적 공간의 경계를 규정한다.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