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간다 창비시선 366
이영광 지음 / 창비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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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

 

너는 내 표정을 읽고

나는 네 얼굴을 본다

 

너는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래서

나도 쾌활하고 행복하게 마시고 떠든다

 

그러다 너는 취해 운다

그래서 나는 취하지 않고 운다

 

눈물을 닦으며 너는 너를 사랑한다

눈물을 닦으며,

나는 네 사랑을 사랑한다

 

너는 나를 두고 집으로 갈 것이다

나는 너를 두고, 오래 밤길을 잃을 것이다

 

네 얼굴엔 무수한 표정들이 돛처럼 피어나고

내 얼굴은 무수한 표정들에 닻처럼 잠겨 있다

 

 

* 사랑의 발명

 

살아다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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