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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을 적시며 ㅣ 창비시선 342
이상국 지음 / 창비 / 2012년 2월
평점 :
* 그늘
누가 기뻐서 시를 쓰랴
새들도 갈 데가 있어 가지를 떠나고
때로는 횡재처럼 눈이 내려도
사는 일은 대부분 상처이고 또 조잔하다
누가 뭐라든 그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나의 시는 나의 그들이다
* 산그늘
장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
가도 가도 그곳인데 나는 냇물처럼 멀리 왔다
해 지고 어두우면 큰 소리로 부르던 나의 노래들
나는 늘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했으나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어느 곳에서 기러기처럼 살았다
살다가 외로우면 산그늘을 바라보았다
* 그도 저녁이면
북천에는 내 아는 백로가 살고 있다
그의 직장은 물막이 보
물 웅웅거리는 어도 옆
부부가 함께 출근하는 날도 있지만
보통은 혼자 일한다
다른 한쪽은 새끼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할 것이다
그는 고기를 잡는 것보다
하염없이 물속을 들여다보는 게 일인데
종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도 저녁이면 술 생각이 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