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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평점 :
총 707쪽이다. 1000장이 넘더라도 불평하지 않았을 것이다. 줄스와 모린의 삶을 엿보고 나니 내 삶을 다 살아버린 기분이다.
* 얼마 뒤 그는 담배를 찾으려고 일어섰다. 담배는 그의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져서 이불과 엉켜 있었다. 그가 말했다. “예전에 나는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줄 알았어. 그런데 살 수 있더군. 그냥 계속 살아가. 언제나 계속 살아가면 돼.”
“뭐라고요?.....뭐라고 했어요?”
“언제나 계속 살아가면 돼.” 654
* 줄스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손을 뗐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리듯이, 그러면서도 열렬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예쁜이, 이해해. 나도 널 사랑하고. 난 항상 널 생각할 거야. 내가 형편이 좀 나아져서 자리를 잡고 이리로 돌아와 결혼하게 된다면....어째됐든 난 그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 날 죽이려고 했던 여자 말이야. 난 아직도 그 여자를 사랑해. 그러니까 돈을 좀 번 다음 이리로 돌아와서 그 여자랑 결혼할 거야. 두고 봐. 내가 그렇게 지금보다 조금 나아져서 돌아오면, 그때 너랑 나도 다시 만날 수 있겠지. 그렇지? 넌 정말 예쁜 동생이었어. 그렇게 고생했으면서서도 머리를 써서 헤쳐 나온 것도 사랑스럽고. 하지만 여기 이 집도 불에 타서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잊지마. 남자들이 다시 네 삶에 끼어들 수 있어, 모린. 널 다시 두둘켜 패고 강제로 네 무릎을 벌릴 수 있어. 왜 안 되겠어? 세상에는 그런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정액도 남자도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정말로 그런 일을 원하지 않는 거야?”
“그래!”
“모린, 정말로? 말해봐.”
“그래. 절대, 절대로 싫어.” 7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