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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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가 지은 <간서치전>의 내용이다.

 

-목멱산 아래 어떤 바보가 살았다. 말을 잘하지 못해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성품이 게으르고 졸렬하여 세상일을 알지 못했으며, 바둑이나 장기는 더욱 알지 못했다. 남들이 욕을 해도 따지지 않았고, 칭찬을 하여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오직 책을 보는 것만 즐거워하여 추운 줄도 더운 줄도 배가 고픈 줄도 몸이 아픈 줄도 전혀 알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손에서 하루라도 책을 놓은 날이 없었다. 그의 방은 매우 작았지만 동쪽, 남쪽, 서쪽에 창문이 있어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면 해가 가는 방향을 따라 밝은 곳에서 책을 보았다. 보지 못한 책을 보기만 하면 기뻐서 웃었으므로 집안사람들은 그가 웃는 것을 보고 그가 진기한 책을 구한 줄 알았다. 두보의 오언율시를 아주 좋아하여 아픈 사람처럼 끙끙대며 읊조리다가 심오한 뜻을 깨달으면 매우 기뻐하며 일어나 왔다갔다하였다. 그 소리가 마치 갈가마귀가 우는 것 같았는데, 어떤 때는 조용히 아무 소리 없이 눈을 크게 뜨고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잠꼬대하는 것처럼 웅얼거리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런 그를 보고 간서치라 놀렸지만 기쁘게 받아들였다.-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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