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들
레나타 살레츨 지음, 박광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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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불안은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것, 바라건대 장기적으로는 없애야 할 것 - 요컨대 주체의 행복을 가로막는 궁극의 장애물- 으로 인식된다. 반면 철학과 정신분석에서는 불안을 인간의 본질적 조건으로 논의했다는 것을 사람들은 거의 잊고 있다. 즉, 불안은 사람들을 마비시킬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데 매개가 되는 바로 그 조건이기도 하다. 40

* 이와 같이 “비밀 노출”이라는 논리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들은 오늘날의 선거 캠페인에서도 볼 수 있다. TV 광고에서 정치인들은 더는 완성품-유권자를 설득하는 연설-을 전달하지 않는다. 대신 연설을 준비하는 바로 그 과정을 노출한다. 화장실에서 직접 면도를 하고, 모닝커피를 음미하며, 연설을 준비하는 보좌관들과 이야기하는 등의 모습 말이다. 과거에는 정치인이 스스로 연설문을 작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추었다면 오늘날에는 바로 이를 노출해 선거 광고로 사용한다. 이런 광고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우리는 여러분께 진실을 보여드립니다. 우리 후보는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는 참 정직합니다. 직접 연설문을 쓰지 않는다는 것까지 보여주잖아요. 92

* 오늘날 생산업체들은 신뢰 관계 구축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이미지나 생활 방식을 판매하는 데 힘쓰고 있다. 예컨대 스타벅스나 커피 리퍼블릭에서는 소위 “디자이너 커피”를 판매한다. 이런 곳들에서 파는 것은 단지 커피만이 아니라 특정한 유형의 경험이다. 이를테면 인테리어가 좋은 공산, 집처럼 편안하고 아득한 분위기,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느낌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커피가 어떤 환경에서 재배되었는가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 (비싼) 커피를 구매함으로써 콜롬비아 빈민들을 도울 수 있다는 설명도 듣게 된다. 그런 비싼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은 한편으로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상징적 공간을 제공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 세계-특히 빈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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