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 21세기 여행 사랑법
후칭팡 지음, 이점숙 옮김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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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여행 경험을 통해 상대를 무시하는 법부터 배운 것 같다. “어? 인도에 다녀왔다고? 빈민가에 안 가봤어? 그럼 진정한 인도에 갔다고 할 수 없는 거 아냐?” 하고 말하거나 “뭐? 뉴욕에 쇼핑하러 간다고? 지금은 밀라노가 대새인 거 몰라?” 라고 말하는 식이다. 또 “너 아무래도 유행에 뒤떨어지는 거 아니야? 모스크바에 갔으면서 그 나라 사람들이 마시는 위스키도 안 마셔보다니! 안 갔다 온 거나 마찬가지네!” 하고 말하기도 한다. 30

 

 

*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오래된 신문을 집중해서 읽을 때만큼 사회와 일상의 사소한 움직임을 깨닫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래된 신문을 읽을 대에야 세상에서 만들어지는 뉴스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가치가 없는 소식이며, 자신이 속해 있는 세계만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표제가 바뀌지만 전달되는 소식은 늘 별다를 바 없으며, 이야기 방식도 변하지 않는다. 능청스럽게 악기만 다른 것으로 바꾼 후, 매번 같은 곡을 연주해온 것이다. 201

 

 

* 여행자가 떠나가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이유는, 떠남에 ‘버린다’는 암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자가 떠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공간의 이동을 보았고, 배신을 보았고, 허무를 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생명의 본질은 볼 수 없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벼움’을 통해 비로소 ‘무거움’을 이해하고 ‘죽음’을 통해 비로소 ‘삶’을 알고, ‘멀어지는 것’을 통해 비로소 ‘가까워지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여행을 통해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해 배운다. 세상의 탄생을 보고, 자신의 존재가 조금도 놀라운 것이 아님을 보게 되는 것이다. 242-3

 

 

* 여행은 일이다. 휴가는 더 이상 해변에 누워 책을 읽거나, 느긋하게 온몸으로 햇살을 쬐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휴가는 진정한 휴식을 의미하지 않는 것이다. 휴가는 잠깐 쉬는 틈의 개념이고, 여행은 휴식이 빠진 학업의 개념이다. 쉬는 ‘틈’은 공들여 준비한 휴가이기 때문에 계획부터 치밀해야 한다. 엄청난 연구 정신과 의지가 필요하며, 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힘과 마음을 쏟아야 한다. 누군가 인도에 가서 휴가를 보내기로 계획했다는 것은 그곳에서 빈둥거리고 돌아다니거나 차를 마시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다는 뜯이 아니다. 그렇다고 여행자를 매혹시키는 이국적인 정취에만 빠져 있다 온다는 의미도 아니다. 여행자는 정해진 휴가 기간 내에 그가 오랫동안 기대해온 ‘기이한 경험’을 해보고자 한다. 여행자는 매분 매초마다 경이로움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 교육적 가치가 없을지라도 오락적 효과가 있기를 바란다. 인도에 간 이상, 라자스탄의 라지푸트 왕국에 왜 들르지 않겠는가? 호숫가를 느린 걸음으로 거니는 야생 호랑이를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왜 잡지 않겠는가? 헬리콥터를 타고 히말라야 산에 가서 공중 스키를 타는 경험을 왜 하지 않겠는가? 이런 위대하고 낭만적인 여행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때는 여행사, 호텔, 현지 가이드, 교통편 등 외부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원만하게 계획을 완성할 수 있다. 휴가는 휴식이 아니라, 노동이다. 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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