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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의 삶 이야기 -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 개정판
도종환 지음 / 사계절 / 2011년 6월
평점 :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개정판이다. 시나 소설로 인해 막연히 좋아만 하던 어느 작가를 그의 삶이 담겨 있는 에세이를 읽고 더욱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면 왠지 실망스러워진다. 롤랑 바르트는 텍스트에만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작가는 죽었다’라고 선언했지만, 나도 모르게 작가의 삶과 작품을 연관시키게 된다. <도종환의 교육 이야기>를 함께 읽다보니 ‘접시꽃 당신’의 시인이었던 그분이 지금은 정치계에 있다는 것이 불현듯 생각났다. 에세이가 아름다웠다면 슬픔이 덜했을텐데... <밀물의 시간>에 담겨 있는 그의 시들은 그토록 아름다운데....
* 그래서 땀 흘려 일하고 그 건강한 팔뚝으로 인간다움을 지켜 나가는 사람들은 아름답다.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일하고 나서도 제 빛깔 제 향기를 지니는 사람은 훌륭해 보인다. 궂은 일,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고생스럽게 일하면서도 자상한 엄마와 따뜻한 아빠로 돌아와 있는 이들의 모습은 존경스럽다. 거기에 여유와 나눔과 음악 한 소절이 깃들어 있는 광경을 상상해 보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71
* 시를 쓴다는 일도 그와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깜깜한 어둠의 나무판 위에 칼질을 해서 밝은 햇살 하나씩 새겨 넣는 일,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들판에서 더듬거리며 논둑길을 찾아가는 일, 절망의 바위 위에 희망의 들꽃 한 송이 피워 올리는 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88-9
*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엔 기뻐할 일들이 많다. 그러나 내가 다른 이들에게 반갑고 기쁜 사람으로 살고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한 통의 편지와 같은 사람, 얽혀 있는 일의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 주는 사람, 돌맹이에 걸려 넘어진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멀리서 예쁜 카드와 함께 배달되어 온 꽃바구니와 같은 사람이 될 수 이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일 것이다.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