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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교단일기 ㅣ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7
김용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김용택 선생님, 당신 같은 스승이 제게 있었다면 제 삶은 한층 더 초록빛을 띄었겠지요. 제게도 소중한 선생님이 한 분 계셨지만, 초중고를 합쳐 겨우 한 분이라고 생각하면 화가 나기도 합니다. 당신의 글과 시는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고 마음이 벅차 오릅니다. 당신의 글에서 당신의 삶을 볼 수 있으니까요. 당신의 삶에서 나의 삶을 반성하게 되니까요. 나의 삶도 이처럼 진실되고 싶습니다. 많은 교사와 부모가 당신의 글을 읽는다면, 작은 것이라도 실천하기로 다짐한다면, 이 사회는 밝아질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숨을 쉬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으로 인해 저는 조금 부드러워졌고 착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 어제는 ‘다움’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아버지다움, 선생다움에 대한 글들이 내게 참으로 깊이 다가왔다. 아이들 앞에서 서 있는 나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마치 나 들으라는 말 같았다. 선생이 선생다워야 한다. 선생답게 행동해야 아이들이 내 앞에서 자유롭다. 내 앞에서 아이가 아이다운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그것은 내 잘못이다. 35
* 바람도 살랑이고 오색 단풍이 곱게도 물들어가네. 학교 뒷밭 콩잎에 햇살이 내려앉아 노네. 빛나네. 노란 콩잎이 움직여도 햇살은 쏟아지지 않네. 북쪽 끝 벚나무 잎에 단풍이 곱네. 강 건넛마을 뒤산 소나무 잎들도 색깔이 변하네. 바람은 살랑이고, 햇살이 마구 쏟아지네. 다 그러네, 다 그러네..........
화장실에 갔다 오다가 뒷밭을 내다보네. 노란 콩잎에 바람이 다시 부네. 콩이 줄기째 이리저리 흔들리네. 햇빛이 콩잎에서 흘러내리지 않네. 밤송이가 없는 밤나무는 쓸쓸하네. 쑥부쟁이꽃도 바람에 흔들리네. 흔들린다는 게 저렇게 좋다네. 감들이 붉고 바람은 아직도 살랑인다네.....
산그늘 내리니 모든 햇살이 도망간다..104-5
*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야 한다. 그게 내 생 최고의 일이고, 최선을 다해 사는 방법이다. 내가 가는 길에 푸르고, 높고, 놀라운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때로 성스럽고 싶다. 304
* 오늘은 아이들이 활발하게 자기 생각을 발표했다. 아이들 생각을 구김없이 말하도록 해야 한다. 주눅 들게 해서는 안된다. 아이들 말문과 생각의 문을 활짝 열게 하다. 수업시간이 펄펄 살아있어야 한다. 아이들 생각을 막힌 데 없이 천지 사방으로 열어나가야 한다. 세상은 끝이 없으므로.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