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배우다
전영애 지음, 황규백 그림 / 청림출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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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의 성처녀가 낙원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에게 전투에서 입은 상처를 보이라고 요구한다. 진정한 전사가 아니면 낙원에 들어갈 수 없는 까닭이다. 그러자 시인이 답한다.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마시오.

여기 이 가슴을 보시오.

나 살았다오, 그건

전사였다는 뜻이지

이 가슴을 보아요,

삶의 상처-간계를

사랑의 상처-욕망을.

 

 

괴테의 노년기 대작 <서 동 시집> 마지막 시편인 <낙원의 서>에 나오는 한 단락이다. 장렬하게 전사한 영웅들만 받아들여지는 곳에서 시인은 “나 살았다오” 라고 대답한다. 그러니 자기도 ‘전사’라는 것이다. 산다는 건 장렬히 전사한 용사의 전투에 맞먹는다는 것. 인간의 온갖 허약함과 악함도 결국은 삶이 남긴 ‘상처’다. 135-6

 

 

* 사람들은 어차피 만나고 갖가지 이유로 만나지만, 몸에 배인 정중함, 존댓말이 남기는 인상은 깊고 그렇게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이렇듯 유독 각별한 것 같다. 219

 

 

* 나는 지금까지 글을 읽어오면서 문학이란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남기고 전하고, 읽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다. 글에는 사람이 담긴다. 현실에서는 일일이 다 만나낼 수 없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일, 사람들의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만나보는 일은 세상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의 갈피를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은 아마도 함께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글을 배우고 읽는 궁극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장 힘들여 남기고, 전하고, 읽는 것은 아마도 바른 삶이어야 할 것이다. 글 읽는 시간이란 것도 궁극적으로는 바른 삶을 생각하는 시간일 것이다. 251-2

 

 

* 다이어트 이야기는-이윤을 챙겨야 하는 산업에 부추겨지기까지 해서-정말이지 너무도 요란하고 너무도 일상적이다. 건강상의 사유로 필요한 경우도 물론 있지만 너무나도 거침없이, 스스럼 없이 우리는 다이어트 이야기를 한다. 남을 항상 생각하면서 살 수야 없지만, 적어도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직도 허다한 배고픈 사람들은 우리의 안중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 많은 지식을 쌓고서, 밥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되어버렸으면서, 부끄러움마저 없어졌을까.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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