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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계 -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동서고금의 통합적 접근
켄 윌버 지음, 김철수 옮김 / 정신세계사 / 2012년 9월
평점 :
어느 책에서 누군가 추천하는 글을 보고 읽은 책. 무경계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됨. 허나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 있기 마련. 새겨둘만한 몇 문장이 있으나, 나머지는 미련 없이 버림.
* 자연을 지도화하는 그(아담)의 작업은 너무나 성공적이었다. 그렇기에 오늘날까지도 우리의 삶은 대체로 경계를 설정하는 일에 쓰이고 있다. 우리의 모든 결정, 모든 행위, 모든 말은-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이런 경계선 구축에 기초해 있다. 물론 자기 정체성도 중요한 경계이긴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경계선은 좀더 넓은 의미의 모든 경계를 뜻하는 것이다.
결정한다는 것은 선택할 것과 선택하지 않을 것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일을 의미한다. 무언가를 욕망한다는 것은 쾌락적인 것과 고통스러운 것 사이에 경계선을 긋고, 둘 중에서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어떤 관념을 주장한다는 것은 진실이라고 느낀 개념과 진실이 아니라고 느낀 개념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일이다.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어디에 어떻게 경계를 그을 것인지, 그런 다음엔 경계를 지은 측면들로부터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배우는 일이다. 49
* 대극의 내적 일체성을 게슈탈트 지각이론보다 확연하게 설명해주는 틀도 없을 것이다. 게슈탈트에 따르면, 우리는 대비되는 배경과의 관계 없이는 어떤 대상도, 어떤 사건도, 어떤 형태도 결코 인식할 수 없다. 예컨대 우리가 ‘빛’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제로는 어두운 배경 위로 부각된 밝은 형상이다. 깜깜한 밤중에 하늘을 보고 밝게 빛나는 별을 지각할 때 내가 실제로 보고 있는 것-내 눈이 실제로 받아들인 것-은 분리된 별이 아니라 ‘시야 전체’ 또는 ‘밝은 별+어두운 배경’이라는 게슈탈트(entire field)이다. 밝은 별과 어두운 배경 사이의 대비가 아무리 강렬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가 없으면 다른 것도 절대로 지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58
* 많은 치료사들에 의하면, 모든 사람이 나에게만 관심을 쏟는 듯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관심이 그들에게 투사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가진 관심’이 투사되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갖는 관심’으로 바뀌는 것이다. 시선을 관중에게 향한 순간, 나에 대한 그들의 자연스러운 관심이 엄청나게 증폭되면서 마치 나를 억누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경직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엄청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는 투사를 용감하게 거둬들일 때까지, 우리는 그 경직을 풀어낼 수 없다.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