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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평점 :
오래 전 <몰락의 에티카>를 읽으며 작가에게 깊은 애정을 느꼈다. 영화를 이렇게 재미있게 설명하다니. 그 책을 읽으며 무심히 넘겼던 영화들을 재발견 하였고 보지 않았던 영화를 찾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수필집 <느낌의 공동체>는 대충 훑어보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가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은 제목에서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다. 하지만 제목보다 나를 더 설레게 했던 것은 그가 쓴 서문이다. 그는 곧 아내가 될 여성에게 이 책을 바치고 있으며 “그녀를 정확히 사랑하는 일로 남은 생이 살아질 것이다.” 라며 서문을 마친다. 이 완벽한 한 문장 때문에 4시간을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이 책 역시 <몰락의 에티카>처럼 영화를 다룬 글이지만 에티카보다 쉽게 읽힌다. 2년간 <씨네 21>에 연재했던 글들과 다른 지면에 쓴 글 세편을 엮어 만든 책으로 주제나 형식이 비슷한 영화들 몇 편을 묶어 이야기하고 있다. 내용은 역시 재밌고 문체는 유려하다. 간혹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으나 (예를 들어 롤리타 콤플렉스를 설명하며 <롤리타>를 읽는다면 험버트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데, 사실 그것이 험버트가 원했던 바였고, 그렇다면 자신을 이해하도록 독자를 유도하는 험버트의 지적인 글쓰기는 그럭저럭 성공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부분은 그의 사유에 맞장구를 치며 따라가게 된다. 작가는 책 제목을 장승리의 시 <말>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정확하게 사랑받고 싶었어.” 작가에게 이 말은 세상의 모든 작품들이 세상의 모든 해석자들에게 하는 말처럼 드렸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함부로 비평하지 않고, 섬세하게 글을 쓰고 싶다고 고백한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놓친(별로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영화들이 책을 읽고 나니 간절히 보고 싶어진다) 몇 편의 영화를 메모하였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보리라 다짐하며.
<셰임> -스티브 매퀸
<캐빈에 대하여>
<뫼비우스의 띠> -김기덕
<더 헌트> -토마스 빈터베르
<로렌스 애니웨이> -그자비에 돌란
*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결여를 깨달을 때의 그 절박함으로 누군가를 부른다. 이 세상에서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향해 할 수 있는 가장 간절한 말, ‘나도 너를 사랑해’라는 말의 속뜻은 바로 이것이다. ‘나는 결여다.25.
’
*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인해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