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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1
치누아 아체베 지음, 조규형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얼마 전 은고지 아디치에의 소설을 몇 권 읽으며 오래 전 읽은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떠올렸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읽어 보았다. 두 소설가 모두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났으며,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훌륭한 작가들이다. 흔히 아디치에를 ‘아체베의 딸’로 표현 하는데, 두 작가 모두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를 소설을 통해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소설 속에서 각 부족들이 사용되는 여러 용어들을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껄끄럽고 잠시 어떤 뜻인지 문맥을 보며 추축해야 하지만, 낯선 문화를 소설을 통해 처음 접하는 독자로서는 오히려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소설은 19세기 말 아프리카 마을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오콩코를 필두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또 하나의 주요한 흐름은 영국 백인 교회를 중심으로 유입된 서구 문명이다. 원주민들의 토속 문화와 서양인의 서구 문화는 우무오피아 마을에서 충돌하며 이들을 둘러싼 갖가지 사건들이 마음을 슬프게 한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백인들의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자신들의 문화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오만함, 기독교가 진정한 종교라고 주장하며 그들의 ‘미신’을 타파하려고 열심인 서양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소설은 동시에 아프리카 문화와 사회구조의 문화에 대한 단점들도 보여준다. 불가촉천민 집단 같은 지나친 위계질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 쌍둥이를 낳으면 무조건 숲에 내다 버려야 한다는 미신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화들은 부족민들 사이에서 기독교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왜냐하면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하는 기독교가 엄격한 신분 체제에 의해 소외되고 방치된 사람들을 품어주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균형 잡힌 날카로운 시각이 이 소설을 위대하게 만든다. 아체베의 소설로 인해 아프리카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이야기들은 여자들이 들려주는 속담, 민담, 우화였다. 당신은 왜 모기가 사람들 귀에서 윙윙거리는지, 왜 거북이 등은 울퉁불퉁한지 아는가? 바로 여기에서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답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 뒷 편에 실린 주요 이보 용어를 적어 본다.
* 에구구 - 탈을 쓰고 마을 조상신 역할을 하는 사람.
에풀레푸 - 가치 없는 남자.
오게네 - 악기.
오그반제 -죽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어머니에게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는 아이.
아가디은와이 - 늙은 여자.
오비 - 가장이 거처하는, 집 안의 넓은 장소.
오수 - 방랑자들.
오추 - 살인 혹은 살해.
은나 아이 - 우리 아버지.
은디치에 - 어르신들
이바 - 열
이이우와 - 오그반제와 영령의 세계를 잇는 특별한 종류의 돌맹이. 이이우와를 찾아 부숴야만 아이가 죽지 않는다.
치 - 개인 신.
크웨누 - 동의와 인사말을 나타내는 외침.
투피아 - 저주 혹은 맹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