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순전히 멋진 책 제목 때문이었다. 목차를 살펴보니 소크라테스, 에픽테토스, 무소니우스 루푸스, 세네카, 에피쿠로스, 헤라클리이토스, 피타고라스, 디오게네스, 플라톤, 플루타르코스, 아리스토텔레스가 적혀있다. 아하, 그렇다면 이 책은 철학가들의 사상을 쉽고 재밌게 풀어 쓴 것이구나 추측하며 책을 펼쳤다. 첫 장에는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이 나오고, 그림 위에 여러 철학가들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저자는 아테네 학당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말하며 자신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밝히고 있다. 에반스는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으나 졸업과 동시에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인지행동치료를 받으면서 그 뿌리가 된 고대철학을 만나게 되었으며, 철학과 심리학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였다. 이제 작가에 대해서도 알았고,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책에 빠져들어가볼까?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어라 뭔가 이상하다.

  분명 소제목들은 그럴듯한 철학적 질문들인데 내용은 자기 계발서를 읽는 듯 한 느낌이다. 저자는 철학가의 사상에 대해 깊이 있게 사색하는 것이 아니라, 이 철학가의 사상은 무엇이다 라고 정의한 후 일반 사람들의 사례를 여기에 접목시켜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한다 라고 권하는 식이다. 예를 들면 스토아 학파의 규칙을 소개하며 우리도 절제하고, 육체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며 자기 자신을 통제하야 한다 라는 식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이 조금 억지스럽게 혹은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소제목이 ‘스스로 주치의가 되어 자신을 수량화하는 사람들’인데 제목만 봐서는 그런 사람들을 비판하는 내용이 올 것만 같다. 그러나 저자는 자기수양을 하며 그 기록들(알코올 섭취량, 심장박동수, 혈당치, 운동량, 사회생활, 성생활, 감정, 재정상태)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며 이러한 행동들이 우리 모두가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글 말미에 ‘고대의 철학은 모든 인간이 자신의 주치의가 되도록 훈련시켜 준다’는 키케로의 말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아무리 읽어봐도 철학자들의 이름을 제외하면 한 권의 자기계발서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물론 철학자들의 사상을 간단하게나마 알 수 있고, 여러 사례들을 통해 철학을 삶에 적용시키는 방법도 배우게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욕심을 버려라,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라, 행복을 선택하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 화를 다스려라,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가 저자가 말하고 싶은 핵심이다. 글쎄,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책이라 왠지 속은 듯한 기분이다. 내가 이상한 건가....

 

* 인간은 현상이 아니라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 때문에 불안해진다. -에픽테토스. 24.

 

* 우리는 기대하거나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일어나는 일에 심하게 동요한다. 그것이 가족들 사이에서 사소한 일에 화가 나고, 친구들이 소홀한 것 같으면 섭섭한 이유다.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적들이 저지른 잘못에도 동요하는 것일까?’ 상대가 그렇게 할 거라 예상하지 않았거나, 예상했더라도 그렇게 심각한 잘못은 아닐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과도한 자기애에 기인한 것이다. 우리는 적에 의해서조차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도 그러면서 남들의 그런 태도로 인해 고통받기는 싫어한다. ‘-세네카.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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