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권유 - 시골에서 예술가로 산다는 것
장석주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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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주는 시인이다. ‘대추 한 알’이란 시를 읽으면 그가 단번에 좋아질 것이다. 에세이집 <고독의 권유>는 2000년에 서울 생활을 접고 안성 시골로 내려간 그가 쓴 시골 예찬?이다. 그는 적막한 시골에서 비로소 숨을 쉬고 평안을 느낀다. 그는 적극적으로 고독에 동참하며 시골에서의 참을 수 없는 고요를 즐긴다. 시인의 글을 읽다보면 당장 짐을 싸서 시골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시인처럼 멋지게 행동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시골로 내려가면 무엇으로 돈을 벌어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다.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마음만은 시인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 나 하나 뿐이랴... 그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고독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소음이 넘치는 세상에서 고독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지만, 버튼만 누르면 누구든 만날 수 있는 세상에서 홀로 있기를 선택하기란 정말 쉽지 않지만 올해는 좀 더 조용하고 침묵하는 삶을 선택하기로 마음먹는다.

 

* 나는 진정으로 사람들과 떨어져 외톨이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사람들과 만나 덧없는 잡담으로 소모하는 시간은 끔찍하다. 내가 혼자 있고 싶어 하는 것은 사람들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내가 정한 삶의 규범들을 깨뜨리고, 내가 지향하는 ‘깊고 고요한 삶’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나는 침묵, 견고한 책상, 펜과 백지, 나만의 시간, 무서운 집중력....들을 꿈꾼다. 강한 자만이 무엇인가를 이루어낼 수 있고, 강한 자만이 자기만의 시간을 취한다. 인류에게 유익한 그 무언가 경이로운 것은 모두 정금과도 같은 순도 높은 자기만의 시간에서 탄생한다. 자기만의 시간의 그 초인적 인내, 그 몰입, 그 황홀한 자기 연소 없이는 진부한 삶 외에 아무것도 없다. 59.

 

* 우리 시대에 침묵하는 자들은 소수다. 그들은 계율이 엄격한 수도원의 수도사들이거나 묵언정진하는 절집의 스님들, 그리고 소수의 화가나 시인들이다. 화가나 시인들에게 침묵은 창조의 불가결한 질료이며 자양분이다. 그러므로 침묵은 도무지 억제할 수 없는 내면으로부터 분출되는 말이다. 침묵은 매우 능동적인 행위다. 72.

 

* 도시를 한가롭게 걷는 산책은 도시의 삶을 지배하는 광속의 네트워크로부터 자신의 삶을 단절하는 행위다. 시인은 도심을 느릿느릿 걸으며 그 몸이 잃어버린 저 농경사회적 저속의 시간을 제 몸으로 이전하려고 한다. 77.

 

* 의자가 있는 찻집에서의 휴식, 읽고 싶은 책과 음반 구입, 갓 구워낸 빵들과 같은 일상적 쾌락을 향한 나의 욕망이 시골에서는 지체되거나 좌절된다. 매우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불편을 통해 나는 참을성을 키우고 나의 조급한 욕망들에 대해 유연해질 수 있다. 또한 고립은 사유를 깊게 하고, 본질에 보다 가까이 가게 만든다. 105.

 

* 사랑이란 범박하게 말하자면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혹은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끌려 서로 마음의 소통을 하고, 그 이전까지 전혀 다른 배경과 방식의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몸과 마음과 영혼 전체가 하나 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두 사람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랑은 한 사람만의 일방적인 것일 수 없다. 154

 

* 사람에겐 해본 일보다 해보지 않은 일들이 더 많은 법이다. 우리 생에서 어떤 일을 과감하게 저질러버림으로써 생겨나는 후회보다는, 바로 그 일을 저지르지 않고 그냥 흘려보냄으로써 생겨나는 후회가 더 크다. 그 후회는 짧은 한 생애에 우수의 그늘을 드리운다.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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