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위기
우디 앨런 감독, 미아 패로우 외 출연 / 퍼니스크린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원제는 Alice이다. 가끔 영화건 소설이건 원제를 바꾸지 말고 표기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중년의 위기>는 적절한 제목이고 대중들에게 훨씬 매력적이게 다가오긴 하지만, 감독이 여주인공 ‘엘리스’를 영화 제목으로 선정했으면 그 뜻에 따라 그대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제목 그대로 영화는 중년의 위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아 패로우가 주연인 엘리스 역을 맡았는데, 그녀는는 그 당시 우디 알렌의 실제 부인이기도 하였다. 순이 사건만 없었더라면 두 사람은 지금까지 행복한 부부로 지냈을지도 모른다. 알렌의 개인적인 삶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마음이 감소되는 건 아니다.

  엘리스는 결혼 16년차로 유능하고 잘생긴 남편과 명품 유치원에 다니는 남매를 둔 뉴욕의 최상류층 삶을 살고 있다. 방은 셀 수 없이 많고, 집안은 명품으로 가득 차 있으며 요리사, 가정부, 운전사, 개인 피트니스 트레이너도 집에서 일을 한다. 엘리스는 어렸을 때 수녀가 되고 싶었을 정도로 불쌍한 사람들을 돕기 좋아하였고, 패션 관련 일을 하면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있었으나 현재의 남편을 만나 호화로운 삶 속에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그녀는 무언가 공허함을 느끼나 그것의 실체를 찾을 수 없고, 그 공허함은 육체의 아픔으로 나타난다.

  주변인들의 추천으로 엘리스는 차이나타운의 중국인 의사 닥터 양을 찾아가고, 그는 최면을 통해 엘리스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이때부터 지극히 현실적이고, 도회적인 이야기가 갑자기 상상의 세계와 섞여버린다. 엘리스는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먹고 투명 인간이 되기도 하고, 그녀가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유령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엘리스의 성격이 완전 다르게 변하기도 하고 그녀의 뮤즈가 등장하여 글쓰기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영화가 막 진전되려는 순간 이런 일들이 일어나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감독은 어리둥절한 관객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뉴욕의 삶과 판타지를 버무려간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얌전히 따라갈 수 밖에.

  엘리스는 새로운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남편이 바람 피운 사실을 알게 되고, 남편은 미안하다고 사죄를 하고, 엘리스는 남편과 이혼하려고 마음을 먹고, 새로운 남자는 예전 아내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이때 닥터 양은 엘리스에게 마지막으로 약을 처방해 주는데, 그 약은 누구에게든지 먹이면 다시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사랑의 묘약. 그렇다면 우리의 엘리스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녀는 약을 개수통에 버리고, 두 아이를 데리고 켈커타로 떠난다. 그곳에서 몇 년간 봉사를 한 후 미국으로 돌아와 작은 집에서 두 아이를 기르며 빈민가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삶을 산다.

  마지막은 엘리스가 허름한 놀이터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그네에 태우고 뒤에서 밀어주는 장면이다. 이때 그녀의 모습은 예전과 다르다. 늘 단정했던 단발머리와 밍크코트를 입었던 그녀는 없다.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머리 모양을 하고 헐렁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엘리스가 환하게 웃는다. 늘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했던 그녀가 거침없이 활짝 웃는 모습은 그 장면이 처음이다. 그리고 영화는 끝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