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코와 리타 - 아웃케이스 없음
페르난도 트루에바 외 감독, 에만 소르 오냐 외 목소리 / 아트서비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쿠바라는 나라는 내게 재즈와 더불어 모히또를 생각나게 한다. 쿠바의 아바나(하바나)는 헤밍웨이가 20년을 살았던 장소이며, 그는 아바나의 단골 술집에서 모히또를 줄기차게 마시며 <노인과 바다>를 비롯한 위대한 작품들을 써내려갔다. 언젠가는, 반드시. 기필코 아바나의 해변에 앉아 모히또를 마시며 재즈 음악을 들을 것이다. 에니메이션 <치코와 리타>는 재즈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치코는 클럽의 재즈 피아니스인데 그는 실제 쿠바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베보 발데즈가 모델이다(2013년에 사망하였다). 영화에 나오는 피아노 음악은 발데즈가 직접 녹음한 것이라 한다. 영화의 시작부분은 1940년~50년대 쿠바 음악의 황금기를 보여준다. 치코는 어느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리타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목소리에 반한다. 그때 리타가 부르는 곡은 베사베 무초. 둘은 사랑에 빠지나 평탄한 사랑은 없는 법. 치코의 전 애인이 둘 사이를 훼방놓고 치코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며 리타는 이에 실망하여 자신을 캐스팅한 미국 사업가를 따라 뉴욕으로 떠난다.

  리타는 그곳에서 점점 유명해지고, 치코는 그녀를 잊지 못해 뉴욕으로 건너간다. 둘은 다시 사랑에 빠지지만, 여전히 장애물은 존재하며 결국 그들은 헤어지게 된다. 치코와 리타가 결혼하기로 한 전날 치코는 마약을 소지하였다는 혐의를 받아 미국에서 강제 출국 당하며, 치코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리타는 술을 마시고 라스베가의 한 무대에서 미국의 인종차별을 고발한다(백인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공연하는 호텔에서 잠을 잘 수 없는 미국의 흑인 스타들. 1955년 흑인 여성이었던 로자 파크스가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아 체포되기 전까지 흑인과 백인은 버스에서조차 따로 앉아야만 했던 역사를 기억하는가?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에서 흑인들이 그러한 차별을 받고 살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믿기 힘들 정도이다). 그로 인해 그녀는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게 된다.

  영화의 시작은 노인이 된 치코가 구두닦이를 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로 이어진다. 치코는 1961년 카스트로 정권하에서 재즈가 불손한 음악이라고 억압받을 때 피아노 치기를 그만두었다. 영화의 마지막은 과거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치코에게 미국의 유명한 여가수가 찾아와 그와 함께 음반을 녹음하고 싶다고 제안하는 현재의 장면으로 이어진다(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떠오른다). 치코는 예전의 리타처럼 전성기를 누비며 젊은 여가수와 함께 공연을 하고, 마침내 리타를 찾아낸다. 노인이 된 리타와 치코가 다시 만나는 장면에서, 둘의 해피엔딩을 예상했기에 울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는데, 역시나 눈물이 났다.

  재즈가 주요 소재이기에 당연히 끊임없이 재즈가 흘러나온다. 찰피 파커, 차노 포소, 넷 킹 콜 등 그 당시 쟁쟁했던 음악가들이 치코와 리타와 함께 등장하여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한다. 에니메이션은 유쾌하고 감각적인 디자이너 하비에르 마르스칼이 담당하였는데,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를 만든 작가이다). <치코와 리타>는 재즈와 함께 온 생애를 살았던 음악가들의 이야기이다. 음악이 있어, 사랑이 있고, 음악이 있어, 삶이 이어진다. 누군가 당신에게 치코처럼 온 생애를 바쳐 사랑한 대상이 있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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