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속의 빛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 벤노 퓨어만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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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그네츠카 홀란드는 <토탈 이클립스>, <카핑 베토벤>을 만든 감독이다. 누군가 폴란드를 이야기하면 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떠오른다. 폴란드 사람들은 홀로코스트의 악몽을 결코 떨치지 못할 것이다. 홀란드는 폴란드에서 태어났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유태인 학살을 다룬 영화이다. 히틀러는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하여 독-소불가침 조약을 맺어 동부전선의 완충지대를 만들어놓게 된다. 영화 배경은 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폴란드의 리버포라는 도시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빈집 털이와 하수구 수리공으로 생계를 연명하던 소하라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독일군이 폴란드를 점령하고 유태인들은 잔인하게 학살되던 어느 날 그는 온갖 악취와 암흑뿐인 하수구로 죽음을 피하기 위해 숨어든 유대인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들은 소하에게 비밀을 지켜달라며 돈을 건넨다. 이들을 신고만 해도 돈을 벌 수 있지만, 소하는 결국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며 칩거생활을 도와주게 된다. 그는 처음에는 돈을 받기 때문에 그들을 도와주지만, 나중에 유대인들이 그에게 줄 돈이 떨어지자, 그는 아무 조건 없이 계속 도움을 준다. 소하와 그의 가족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11명의 유대인에게 음식을 대준다. 무려 14개월 동안 말이다.

  감독은 하수구에서 살아가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최대한 미화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남자와 여자들이 한 곳에 모여 잠을 자야 하는 환경 속에서 한 남자는 아내가 잠든 틈을 타서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눈다. 누군가는 음식을 더 많이 먹기 위해 싸우고, 혼자만 살겠다고 몰래 도망을 가기도 한다. 또한 소하가 도와주는 것을 별로 고마워하지도 않은 듯 보인다. 영화는 이들은 유대인이라는 호명이 아닌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 존엄성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그들은 하수구 물로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한다. 랜턴에 의지해 책을 읽고, 연극을 하며, 기도를 한다. 절망 속에서 사랑을 하고, 교육을 시키며, 아이를 낳는다. 이것이 인간이 가진 힘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가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에서 인간이기를 거의 포기해야 했던 수용소의 삶을 담담하게 적어내려 가듯, 영화는 쥐의 모습과 다름없는 유대인의 삶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그래. 과장 없이도 충분히 처참하니까. 내가 만약 저들이었다면, 쥐들이 기어 다니는 악취 나는 하수구에서 14개월을 버틸 수 있었을까? 영화의마지막은 전쟁이 끝나고 유대인들이 지상으로 나오는 장면이다. 소하는 유대인들을 하수구 밖으로 나오게 하고, 케익과 음료를 먹이며 사람들에게 기쁘게 외친다. “My Jewish" “My Jewish" 나의 유대인들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소하가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 영화는 어둠에서 시작했으나 환한 빛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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