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 [할인행사]
우디 알렌 감독, 리암 니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앨런의 영화를 본 후 그에게 빠지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영화 또한 완벽하다. 주인공들의 심리를 묘사할 때마다 핸드 헬드 기법을 사용하여 머리가 어질어질 할 수도(<블레어 와치>를 떠올리시라) 있지만, 탄탄한 줄거리와 독특한 구조, 노트에 끊임없이 적어야만 할 것 같은 멋진 대사들 때문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게다가 우디 알렌이 감독이자 주연으로 나와 시무룩한 표정과 수줍은 행동으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내용은 간단하다. 중년의 두 부부가 오랜 결혼 생활 끝에 별거를 하기로 합의하고, 가장 친한 친구 부부에게 이야기한다. 그들은 별거 후 각각 다른 애인을 만나고 방황의 시간을 거친 후 다시 합치게 된다. 반면 이제는 친구 부부가 이혼하고 각자의 삶을 사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들의 삶을 어찌나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지. 별거 와중에도 상대방이 다른 애인과 있는 것을 질투하는 부부, 더 이상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겉으로는 평온하게 살아가는 부부.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상처와 아픔들을 들춰보기가 무서워 가만히 덮어둔 채 모른 척 살아가는 부부들. 이성의 유혹에 주저하고 흔들리는 모습들. 그렇게 조심조심 살아가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감독은 대부분의 부부들이라면 한 번쯤 느껴봤을 심리상태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들의 삶을 보며 관객들은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위안 혹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고 하여도 결국은 거기서 거기구나 하는 교훈을 얻게 된다.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변함없이 지속될 수 있을까? 타인을 위한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결국엔 모두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

  영화에서 앨런의 대사 중에 자신은 ‘가미카제 여성’을 사랑하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나에 미친 듯이 열중하는 사람,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지고, 광적인 부분이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는 말이다. 자기 자신을 바쳐 목표를 향해 발사하기 때문에 결국 자신도 죽고, 상대방도 죽게 된다. 앨런은 그 사실을 알지만, 그런 사람에게 끌리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고백한다. 부부사이도 그런 것이 아닐까? 뜨거운 사랑이 언젠가는 미지근해 질 것을 알지만, 그리하여 언젠가는 정 혹은 자식들 때문에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당시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 때문에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되는 아닐까? 재밌지만, 결코 재밌지 않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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