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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딩 포레스터 - 아웃케이스 없음
구스 반 산트 감독, 숀 코너리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산트 감독은 <굿 윌 헌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내게는 <엘리펀트>와 <밀크>의 감독으로 인식되어 있다. 뉴욕 브롱스 할렘 지역에 살고 있는 16살 흑인 소년 자말이 글쓰기 선생님을 만나 멋지게 성장한다는 가족 드라마 같은 따뜻한 줄거리이다. 숀 코네리가 자말의 글쓰기 지도를 하는 포레스터 역으로 나오는데, 포레스터는 딱 한 권의 위대한 책을 내고 은둔해버린 작가이다. 그가 몇 십 년 동안 방안에 틀어박혀 하는 일이라곤 혼자 글쓰기, 창문 밖으로 망원경을 들이대고 흑인 소년들이 농구하는 거 구경하기, 캠코더로 공원에 있는 새들 찍기, 열심히 창문 닦기 정도이다. 그렇다면 자말은 누구인가? 매일 포레스터가 사는 건물 아래 농구 코트에서 친구들과 농구 연습을 하는 평범한 학생이나, 한편으로는 몰래 글을 쓰며 문학적 열망을 불태우는 뛰어난 학생이기도 하다.
자말은 글쓰기 덕분에 유명 사립고의 장학생으로 발탁되었으며 그곳에서 인기 있는 농구 선수로 활동도 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 학교의 이사장 딸인 지적이고 아름다운 클레어가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우연찮게 포레스터에게 글쓰기 지도까지 받게 되니 이 얼마나 멋진 인생이란 말인가. 자말이 겪어야 하는 시련도 있지만 결론은 물론 해피엔딩이다.
그렇다면 자말의 인생이 잘 풀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지 그에게 글 쓰는 재능과 농구 실력이 있었기 때문일까? 자말에게는 진실한 마음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무시하는 포레스터를 끈질기게 찾아가 글쓰기를 지도해 달라고 공손하게 요청한다. 과거의 고통 속에서 세상과 단절한 포레스터를 위해 멋진 이벤트를 선물하기도 한다. 자말은 성실하게 살았다. 그는 온통 노는 것에만 관심 있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고, 홀로 있는 시간에는 끊임없이 글을 쓴다. 자말은 겸손하나 실력으로 승부했다. 그는 자신을 무시하는 백인들과 선생님 앞에서 겸손하나 정당하게 겨룬다. 자말이 잘 된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생각나는 장면은, 포레스터가 자말 덕분에 조금씩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고, 어느 날 그가 혼자 자전거를 타며 밤거리를 산책하는 장면이다. 한 손으로 수신호를 하며 쌩쌩 자전거를 타는 포레스터의 모습이 참 근사하다. 자말이 작문 시간에 선생님과 한 판 붙는 장면도 끝내준다. 선생님이 인용하는 모든 시들의 작가를 척척 맞추는 자말을 보니, 그래 나는 저 학생보다 아는 게 없구나. 열심히 공부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영화의 주제곡 ‘Over the rainbow'는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견줄 만큼 잘 어울린다. 영화 마지막에 잠시 나오는 변호사 역할의 멧 데이먼의 젊은 모습도 보너스.
포레스터가 말하는 글쓰기 비법은(기억이 나는 것만 적자면) 이렇다. 우선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타자기를 두드려라. 자신이 없으면 다른 작품을 베껴 쓰는 것부터 시작해라. 문장의 첫 단락에는 접속사를 안 쓰는 게 좋은데, 쓰려거든 최소한으로, 문장을 강조할 수 있는 접속사를 넣어라.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결국 잘 쓰려면 매일매일 꾸준히 쓰는 방법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쉽고도 어려운 방법.